문장의 화장을 지워라.

3화 : 형용사는 불안의 메이크업이고, 부사는 비겁한 변명이다.

by 현영강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자신의 문장이 밋밋해 보일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문장에 자꾸만 액세서리를 단다.



​'아름다운', '찬란한', '더할 나위 없이', '미친 듯이'.
이런 미사여구(美辭麗句)들을 덕지덕지 바른다.



마치 쌩얼을 보여주기 싫어 진한 파운데이션을 덧바르는 사람처럼, 그들은 화려한 수식어로 문장의 빈곤함을 감추려 든다.​


꼭! 명심해야 한다.
화장이 진할수록 독자는 진짜 얼굴을 의심한다.




​"그녀는 말할 수 없이 슬프게 울었다."


이 문장은 실패다. 작가의 게으름이 그대로 묻어난다.


'말할 수 없이 슬프게'라는 표현은 작가가 그 슬픔을 묘사할 능력이 없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독자는 저 문장에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진짜 작가라면, 이렇게 써야 한다.


"그녀는 소리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허벅지 위로 눈물 자국이 동전만 하게 번졌다."


형용사 하나 없이, 오직 명사와 동사만으로 슬픔의 질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문이 쾅 닫혔다'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문이 거칠고 요란하게 닫혔다'라고 쓰는 건 잉크 낭비다.



'닫혔다'라는 동사 안에 이미 그 힘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낭비를 싫어한다. 군더더기는 죄악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문장은 수식어가 아니라, 정확한 주어와 힘 있는 서술어에서 나온다. ​좋은 식재료는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상한 고기일수록 잡내를 없애려 향신료를 쏟아붓는 법이다.


당신의 문장이 형편없다는 불안감이 들 때,

초보자는 수식어를 더하고 고수는 수식어를 뺀다.
​자신감을 가져라.

당신의 이야기가 진짜라면,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힘이 있다.



"나는 가난해서 비참했다"라고 쓰지 마라.
"나는 편의점 폐기 도시락을 기다리며 30분을 서성였다"라고 써라.



그 건조한 사실의 나열이 '비참하다'는 형용사 백 개보다 훨씬 더 뼈아프게 독자의 가슴을 찌른다.




​문장을 발가벗겨라.



수식어라는 옷을 다 벗겨놓고도 그 문장이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발행 버튼을 눌러라. 미사여구는 독자를 현혹하는 사기다. 우리는 사기꾼이 아니라,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화려한 거짓말보다 투박한 진실이 언제나 더 오래 남는다.



지금 당장 당신의 글에서

'매우', '정말', '너무', '아름다운'을 검색해라.






그리고 가차 없이 지워라.

글이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비로소 독자의 심장은 뛰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