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폭식증에 걸리시길

2화 : 편식하는 작가는 영양실조에 걸립니다.

by 현영강

먼저, 제가 무슨 대표도 아니고...

그냥 제가 걸어 봤더니,

이 길 참 괜찮더라,

하는 걸 쓰는 거예요. 미리 말씀드립니다!




쓰고 싶다면 읽어라.

너무나 진부해서 하품이 나오는 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무시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은 입력(Input)도 없이

출력(Output)만을 바란다.


연료를 넣지 않고

엑셀을 밟아대는 자동차. 그 끝은 뻔하다.


엔진은 타버리고,

문장은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돌 것이다.


​나는 책을 읽는다.
생존을 위한 섭취다.


내가 뱉어내야 할 문장이 하루에 수천 자인데, 들어오는 문장이 고작 몇 줄이라면 그 수지타산이 맞겠는가. 작가는 기본적으로 활자 중독자가 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텍스트를 걸신들린 듯이 먹어치워야 한다.




​장르를 가리지 마라.


이곳은 고상한 독서 취향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순수 문학, 장르 소설, 에세이, 인문학, 심지어는 삼류 잡지나 전단지까지. 닥치는 대로 읽어라.


​어떤 이들은 말한다.

"나는 순수 문학만 읽어. 장르 소설은 가벼워서 싫어."
혹은 반대로 말한다.
"나는 웹소설만 읽어. 고전은 지루해서 싫어."
​멍청한 소리다. (제 생각이에요 ^^...)


편식하는 아이가 비실비실하듯,

편식하는 작가의 문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고전에서는 인간의 깊은 심연과 문장의 무게감을 배우고, 웹소설에서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속도감과 후킹을 배워야 한다. 시집에서는 단어의 조각칼을 훔치고, 과학 잡지에서는 냉철한 논리를 훔쳐야 한다.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지 마라. 때로는 형편없는 책도 읽어야 한다.




왜,

이 글이 재미없는지,

왜, 이 문장이 읽히지 않는지,

반면교사로 삼아 씹어 삼켜야 한다.


상한 음식을 먹어봐야,

신선한 음식의 귀함을 아는 법이다.


작가는 미식가가 아니라 잡식성 포식자가 되어야 한다.
​읽는 행위는 단순히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를 채집하고, 문장의 리듬을 내 뇌에 각인시키는 훈련이다. 하루라도 글자를 읽지 않으면, 내 안의 어휘력은 순식간에 쪼그라든다.


어제 썼던 단어를 오늘 또 쓰고,

뻔한 형용사로 상황을 뭉개버리는 참사가 일어난다.

​당신의 뇌를 활자로 절여라.

숨 쉬듯이 읽어라.




화장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활자가 혈관을 타고 흐를 때까지 밀어 넣어라.

​입력된 양이 넘쳐흘러야 비로소 한 방울의 문장이 떨어진다. 그 한 방울을 위해 우리는 바다를 마셔야 한다. ​쓰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

그것이 글을 쓰는 자의 유일한 윤리이자,

재능 없는 자가 살아남는 유일한 비기(祕技)다.


​읽어라.
읽지 않으면, 쓸 자격도 없다.




조금이라도요! 쓰는 것도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