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수영은 책으로 배우지 않는다.
글이 막힐 때 서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법', '30일 만에 소설 완성하기', '팔리는 글쓰기' 같은 제목의 책들을 한아름 사 들고 온다.
그리고 형광펜을 칠해가며 공부한다.
플롯의 3요소가 어쩌고, 영웅의 여정이 어쩌고, 클라이맥스의 법칙이 어쩌고.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그 이론대로 조립하니까
재미있는 글이 나오던가요?
단언컨대, 작법서만 파고드는 사람은 영원히 작가가 될 수 없다. 평론가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마치 수영을 책으로 배우는 것과 같다. 부력의 원리와 팔을 젓는 각도를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하게 이해해도, 막상 물속에 뛰어들면 꼬르륵 가라앉는다.
물은 이론이 아니라 감각으로 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 물을 먹어보고, 숨이 막혀 허우적대보고, 공포에 질려봐야 비로소 내 몸이 물을 기억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작법서는 남이 만들어놓은 지도일 뿐이다.
그 지도를 달달 외운다고 해서 내가 험난한 정글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직접 낫을 들고 풀을 베며 길을 만들어야 한다. 뱀에 물려보기도 하고, 웅덩이에 빠져보기도 해야 비로소 내 몸에 '길'이 새겨진다. 그럼 어떤 작법서를 읽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시중의 작법서를 믿지 않는다. 대신 딱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다.
이 책은 탑티어의 교과서다.
그는 고상한 문학 이론을 떠들지 않는다. 대신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 있다"고 일갈하고, "문을 닫고 쓰고, 문을 열고 고쳐라"라고 조언한다.
글쓰기를 예술이 아니라 노동으로 대하는 그의 태도.
공구 상자를 들고 다니며 문장을 수리하는 배관공 같은 그 마음가짐만이 실전에서 유효하다.
둘째, 국어사전이다.
따분한가?
하지만, 이것만큼 완벽하고 잔인한 작법서는 없다.
우리가 글을 못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서사 구조를 몰라서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슬프다'라는 단어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비극을 '슬프다'로 퉁칠 수밖에 없다.
근데 보시라, 사전을 뒤지면 비통하다, 애달프다, 처연하다, 먹먹하다, 참담하다 같은 무수한 감정의 결들이 숨어 있다. 작가는 그 단어들을 채굴해서 적재적소에 박아 넣는 광부다.
어휘가 빈곤하면 문장은 앙상해진다.
이론에 집착하지 마라. 당신이 읽은 그 두꺼운 작법서는 대개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아니라, 글을 분석만 하는 학자들이 쓴 경우가 많다.
요리법을 줄줄 꿰고 있는 미식가보다, 칼질하다 손을 베어가며 볶음밥 하나를 기가 막히게 만드는 주방장이 진짜다. 작법서는 덮도록.
그리고 차라리 당신이 질투하는 작가의 소설을 펼쳐라.
그가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했는지, 어떻게 독자를 낚아챘는지, 어떻게 반전을 심어놨는지.
그 생생한 현장을 해부하고 훔쳐라.
글쓰기의 비밀은 도서관의 이론서 속에 있지 않다. 당신의 손가락 끝과 키보드가 부딪히는 그 마찰음 속에 있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면 책을 덮고 물에 뛰어들어라.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 순간, 당신은 비로소 작가가 된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오답을 두려워 말고.
그냥 써라.
쓰다가 막히면 그때 사전을 펴라.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작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