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거리의 저주

7화 : 방황해도 된다.

by 현영강

작법을 떠나, 요즘 사람들은 인생을 내비게이션처럼 사는 것 같아, 쓰는 글입니다.




최단 거리, 최소 시간.

남들보다 빨리 취업하고, 빨리 승진하고,

빨리 아파트를 사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경로를 이탈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작가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인생은 '최악의 소재'다.


주인공이 아무런 고난도 없이,

길 한번 잃지 않고, 승승장구해서

목표를 이루는 소설을 본 적 있는가?


있다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 자기계발서거나,

읽다가 잠이 오는 삼류 스토리일 것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탄탄대로를 걸을 때가 아니라,

늪에 빠지고 절벽에서 떨어질 때 비로소 페이지를 넘긴다.




글을 잘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길을 잃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직선 도로는 빠르지만 볼 게 없다.

오직 아스팔트뿐이다.


하지만 골목길로 빠지고, 막다른 길에 부딪히고,

뱅뱅 돌아가는 길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 낭비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바닥을 기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곰팡이 핀 반지하의 냄새를 맡고, 실패한 자의 독한 소주 맛을 알게 된다.


작법의 제1원칙은 '경험'이다. 책상 물림이 쓴 글이 재미없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나 효율적으로만 살았기 때문이다. 모범생의 글에는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


반면, 방황해 본 사람의 글에는 피 냄새가 난다. 그 비릿한 리얼리티는 상상력으로 지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당신이 인생의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지금 남들은 돈 주고도 못 살 '비싼 취재'를 하는 중이다.


취업에 실패했는가?

그 패배감을 뼈저리게 기록해 둬라.

연인과 헤어졌는가?

그 찢어지는 고통을 현미경처럼 관찰해라.

남들이 앞서 나갈 때 혼자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한가? 그 질투와 열등감을 문장의 연료로 삼아라.


효율성은 작가에게 독(毒)이다.

가성비 좋은 삶을 살려 하지 마라.

작가는 인생을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마음의 울림)'로 사는 족속들이다.




돌아가는 길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그 모든 시행착오가 당신의 원고지 칸을 채울 가장 강력한 무기다. 빨리 가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돌아가는 사람은 이야기를 얻는다.


그러니 제발 불안해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지금 꼬여 있다면,

그건 당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지금 '클라이맥스'를 향해 빌드업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비게이션을 꺼라. 그리고 마음껏 헤매라.




길을 잃은 그곳에,

당신이 주워 담아야 할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