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進退兩難)

19화 : 벼랑 끝에서 부르는 노래

by 현영강

진퇴양난.


진퇴양난이로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빈 주머니가 발목을 잡고
뒤로 물러서자니 빚더미가 등을 떠미는구나.


​어머니 같은 이모님은
말기 암이라는 차가운 선고를 받고,


생을 널어 말리시는데,
못난 조카 놈은 약값은커녕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며 회복을 기다린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 배웠거늘
어찌하여 이리도 가혹한 형벌인가.


내 구겨진 자존심은
현실의 문턱에서 소리 없이 흐느낀다.


​글을 써야 산다는데
사는 게 이리도 숨이 차서야 문장이 나오겠는가.


허나, 글마저 쓰지 않으면
이 칠흑 같은 어둠을 무엇으로 밝히겠는가.


​하여 나는 운다.
눈물로 먹을 갈고
피를 찍어 쓴다.


배가 고파서 쓰고, 서러워서 쓰고,
살고 싶어서, 기어이 살리고 싶어서 쓴다.


​진퇴양난의 깊은 골짜기.
오도 가도 못하는 이 절망의 한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몸부림은
활자를 깎아 계단을 만드는 일뿐.


​부디 이 피 묻은 계단 끝에
작은 구원이 기다리고 있기를.


​비나이다.

구원해 주소서.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