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시를 써 봤습니다.
버스 맨 뒷좌석. 누군가 화풀이라도 했는지 푹 파이고 찢어진 의자에 몸을 구겨 넣는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으로 달이 따라온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땐, 세상 모든 게 나를 공격하는 무기처럼 보인다. 저 달조차 나를 비웃는 것 같고, 뾰족한 가시처럼 나를 찌르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모진 곳'이라 욕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달은 죄가 없다. 그저 묵묵히, 둥글게, 제 할 일을 하며 떠 있을 뿐이다.
찌그러진 건 내 의자였고,
핏발 선 건 내 눈이었으며, 모난 건 내 마음이었다.
세상을 탓하던 손가락을 거두어 나를 가르킨다. 나의 옹졸함, 나의 불안, 나의 피해의식. 그것들이 둥근 달을 제멋대로 깎아내리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버스에서 내리며 나는
찌그러진 의자를 한 번 쓰다듬고 나온다.
"그래, 너도 아팠구나. 나도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