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같던 생산성

18화 : 명절이 끝났다!

by 현영강

습관처럼 브런치를 켰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발행된 글 목록. 스크롤이 끝도 없이 내려갔다.



"이걸 다 내가 썼다고?"



연휴 내내 나는 아프다, 죽겠다, 힘들다 징징거렸는데.



정작 내 손가락은 그 고통을 연료 삼아

미친 듯이 활자를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가 현영강 시리즈,

글쟁이 현영강 시리즈.



하루에 몇 편을 쓴 건지 셀 수도 없다.

남들은 전 부치고 윷놀이할 때,

나는 내 내면을 지지고 볶아서 글을 부쳐냈다.



솔직히 말해서, 좀 대견하다. 아니, 아주 기특하다. 예전 같았으면, 아프다는 핑계로 이불 속에 숨어서 며칠을 날려먹었을 텐데. 이번 명절의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는 도망치고 싶었을지언정.)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약을 먹는 대신 키보드를 두드렸다.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문장으로 그 불안을 박제해 버렸다.



이 엄청난 생산량은 무엇을 증명하는가. 내가 이제는 감정에 휘둘리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감정을 재료로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다. 슬픔도, 공포도, 분노도.



나에게는 그저 '원고지 10매'짜리 글감일 뿐이다.



상처받은 마음은 치유되면 그만이지만,

기록된 글은 영원히 남는다.



트라우마가 남기고 간 상처는 쓰라리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나는 백 편의 글을 얻었다.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닌가? 내 영혼을 갈아 넣은 만큼, 내 브런치 서랍은 풍성해졌다.



명절은 끝났다. 내 몸은 너덜너덜해졌지만, 작가로서의 내 근육은 더 단단해졌다. 이 광기 어린 다작(多作)의 흔적을 보며 나는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생했다, 현영강." "징하게도 썼다, 정말."




세상이 시끄러울 때 침묵하며 쓴 이 글들이,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가 시끄럽게 떠들 차례다.



다들 설 연휴를 잘 보내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