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밀리미터의 신전

13화 : 시계 장인의 이야기

by 현영강

도시의 후미진 골목 끝, 성인 남자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서 있기조차 버거운 반 평 남짓한 공간. 그곳은 늙은 난쟁이 아저씨가 지배하는 완벽한 규격의 신전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 하나가 공간을 노랗게 물들인 가운데, 아저씨는 작업대 너머로 굽은 등을 웅크리고 있었다. 선천적인 왜소증으로 인해 그의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짧고 굵었다. 손가락 역시 투박한 나무토막처럼 뭉툭해서, 과연 저 손으로 좁쌀보다 작은 부품들을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일말의 의구심이 들게 했다. 하지만 오른쪽 눈두덩이에 검은 루페(확대경)를 끼워 넣고 핀셋을 쥐는 순간, 그의 육체에 깃든 모든 둔탁함은 마법처럼 증발해 버렸다.



​"어디가 아파서 왔소."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가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초침이 멈춰버린 낡은 기계식 시계를 꺼내 작업대 위에 올려두었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시계를 쓰다듬더니, 이내 익숙한 솜씨로 얇은 칼날을 틈새로 밀어 넣어 시계의 차가운 금속 등딱지를 열어젖혔다.



​순간, 지름 3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좁은 원형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그 내장을 드러냈다. 수백 개의 미세한 톱니바퀴와 태엽, 보석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광경은 일종의 소우주 같았다.



​"사람들은 내 키가 작다고 내려다보지."



​아저씨는 루페 너머로 시계의 심장부를 노려보며 툭 던지듯 말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스프링을 핀셋으로 건드리는 그의 손끝에는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내 몸의 교감신경이 멋대로 오작동을 일으켜 심박수를 불규칙하게 요동치게 만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의 육체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독한 패배감에 시달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의 이 남자는, 자신의 불완전한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한 채 타인의 멈춰버린 시간을 수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1밀리미터의 세계 안에서는 내가 가장 거대한 존재요. 내 핀셋 끝에서 이 쇳조각들의 생사가 결정되니까. 거인들은 절대 이 작은 우주를 볼 수 없어.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짚어내는 건, 평생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아온 나 같은 놈이나 할 수 있는 짓이지."
​그의 말이 서늘한 비수가 되어 명치를 찔렀다.



​그는 이내 핀셋으로 붉은 녹이 슨 아주 작은 톱니바퀴 하나를 끄집어냈다. 돋보기로 보지 않으면 먼지로 착각할 만큼 미세한 결함이었다.



​"이 보이지도 않는 상처 하나가, 백만 원짜리 시간을 통째로 멈춰 세웠어. 사람이나 기계나 똑같소. 속에서 무언가 곪아 터지기 전까지는 겉보기에 멀쩡하게 돌아가는 척을 하거든. 기계는 이렇게 뚜껑을 열어 도려내고 닦아주면 다시 심장이 뛰지만, 사람은 그게 안 돼서 다들 속을 썩이며 사는 거지."



​아저씨는 녹슨 부품을 알코올에 담그고 새로운 부품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쇠를 가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말없이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내 소설을 생각했다. 나는 소설가라는 오만한 이름표를 달고, 매일 밤 타인의 삶이라는 뚜껑을 열어젖힌다. 그들의 내면에 핀 붉은 녹과 부러진 톱니바퀴를 핀셋으로 끄집어내어 활자로 전시하는 짓. 하지만 나에게는 저 난쟁이 아저씨처럼 망가진 세계를 수리할 능력 따위는 없다. 그저 고장 난 인간들의 치부를 가장 노골적이고 반반한 문장으로 박제하여 관음할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 있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틱- 틱-' 하며 규칙적인 숨을 쉬기 시작했다.
​나는 수리비를 지불하고 시계를 손목에 찼다. 차가운 금속 너머로 1초에 여덟 번씩 진동하는 기계의 맥박이 피부에 닿았다. 그것은 어쩐지, 평생을 바닥에 엎드려 살아온 한 사내가 오만한 세상을 향해 내뿜는 가장 규칙적이고 맹렬한 심장 박동처럼 느껴졌다.



​신전을 빠져나와 다시 복잡한 도시의 골목을 걸었다. 내 손목 위에서는 1밀리미터의 신이 부여한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영원히 수리받지 못한 채 각자의 고장 난 톱니바퀴를 안고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들에 대해 아주 길고 서늘한 문장을 써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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