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지나가는 동안

퇴근길에 만난 기억 하나 (2018.06.11. 월요일 비 갠 저녁)

by 재생지

비가 지난 뒤,

와이퍼가 남긴 물자국 너머로

얼룩진 구름이 느리게 흘러간다.


퇴근길,

라디오에서는 로코베리의 'Sometimes'가 흐른다.


아마도 가사는

그리움이 남은 이별의 사랑 이야기일 텐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다른 시간을 향해 미끄러진다.


‘청군 백군’을 나누던 운동장,

하얀 체육복을 입고

괜히 뛰어다니던

어린 날의 내가 겹쳐진다.


그때도 같은 하늘을 봤다.

아니,

그때는 더 많은 날들 동안,

더 오래

하늘을 올려다봤다.


뭉실뭉실 엉킨 구름,

빨랫줄처럼 길게 늘어진 구름,

무엇과도 닮은 듯한 그 모양들.

그것만으로도 웃음이 났고,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되던 시절이었다.


아련하다.

그때의 나는

세상은 재미로 가득 차 있다고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


세상이 설명되지 않아도 괜찮았고

하루의 의미가 인정되지 않아도

허락되던 시절.


하지만 시간을 겹겹이 쌓을수록

고민과 걱정도 함께 늘어났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즐거워할 일은

오히려 줄어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계산하며

하루를 지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눈앞에 온

그날의 시간 이후,

감정은 이유보다 먼저 찾아온다.


차는 신호에 멈추고,

구름은 계속 흘러간다.


차창에 비친 흐릿한 얼굴을 바라보며,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저편의 나에게

말을 건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늘 곁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일상이라는 소중함을

알아 채린 지금,


아직 세상은 재미있고,

아직 올려다보지 않은 하늘이

많다고.

이전 18화다시 깨어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