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남에 대하여

하루살이(2018.06.07. 목요일 맑음, 초여름의 저녁 공기)

by 재생지

카톡의 대화명을 훑다가

낯익은 이름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한때 나를 많이 도와주던

협력업체 담당자의 이름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다.


그는

두 해 전, 이맘때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 이후

사무실을 찾았을 때,


늘 그 자리에 있던 책상,

고개를 돌려

밝게 인사해 주던 모습이

문득 겹쳐 떠올랐다.


하지만 그날,

그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어제 퇴근한 자리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아직 정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 같았다.


작은 수술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몸을 열었을 땐

수술이 불가할 정도로

암은 온몸에 퍼져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1년 남짓의 시간은

무언가를 준비하기에도,

무언가를 정리하기에도

너무 짧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에게는

퇴근하듯 떠난 하루였을까.

아니면

아침이 올 거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하루였을까.


그와 일하던 시절을

멍하니 떠올리다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리스 신화 속,

밤의 여신 닉스와

흑암의 신 에레보스 사이에는

쌍둥이 형제가 태어난다.


잠의 신 히프노스,

그리고 죽음의 신 타나토스.


둘의 차이는

아마도

'다시 깨어남'에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잠에서 돌아오고,

하나는 돌아오지 못한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들 것이다.


아무 기억 없이

몇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하루가 열린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하루를 마감하며

아주 작은 죽음을 맞고,


아침마다

또 하나의 작은 탄생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마지막 죽음이란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것,


어제의 것을 되돌릴 수도,

오늘의 마음을 나눌 수도 없는 것.


그래서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매일매일이

하루살이의 생일 같은 날.


오늘도, 내일도,

나는

그렇게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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