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가진다는 것

인생이란 (2018.07.02. 월요일 흐리고 비)

by 재생지

무덥고 습한 한낮,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다

출구 한쪽에 누워 있는 노숙자를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피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관심하게 지나갔다.


그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달라졌을까.

어떤 선택이,

어떤 하루가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래처 약속 시간을 확인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무엇이 되느냐보다

하루를 어떻게 지나오느냐에

더 가까운 건 아닐까.


인생이란,

어디쯤이면 실패이고

어디까지 와야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인생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무엇이 되려고,

무엇을 가지려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아마도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하루’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다'라고 부를까.


무엇이 되고, 무엇을 갖는 일

분명 중요한 과정이지만,

삶의 흔적일 뿐

그 자체가 인생의 전부일 수는 없다.


어제가 모여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 된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이 누적되어 만들어질 미래다.


이미 하루를 가졌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인생을 가진 것 아닐까.


그러니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음미해 봐야겠다.

숨을 쉬고, 걷고, 멈추는 그 하루 속에서

이미 주어져 있는 인생을.


어쩌면 인생이란

먼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하루를

알아차리며 느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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