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지나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

언제나 부러울, 언제나 지금 (2018.07.05. 목요일 소나기)

by 재생지

경복궁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차창 너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젊은 연인의 웃음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직은 조금 서툴고,

그래서 더 선명히 보였다.


문득

같은 정류장

그 어딘가에 서 있던

젊은 날의 아내와 내가

스치듯 겹쳐 보인다.


그 시절엔

말을 아끼지 않았고,

시간이 무한하다고 믿었으며,

그날의 바람과 햇살이

언제까지나 같을 거라 생각했었다.


바람이 불어 스쳐가듯,

물이 모여 흘러가듯,

그 시절은 소리 없이 지나가

어느새 지금의 나를 데려다 놓았다.


이제는

세월과 함께

당연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나이가 되어 간다.


화창한 봄날처럼,

싱그럽게 웃는 젊은 얼굴들을 바라보면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도

조금은 부러운 감정이 남는다.


그 젊음의 막연함까지도.


하지만 룸미러 속,

멀어져 가는 그들과 나를 번갈아보며

곧 알게 된다.


그 부러움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내가 이미 쌓아온 시간에 대한

소리 없는 끄덕임이라는 것을.


나 또한

그만큼 웃었고,

그만큼 설렜고,

그만큼 서툴렀다.

그 봄날의 바람과 햇살을

나는 충분히 누리고 지나왔다.


그러니

더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오늘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될 날을 위해,


언젠가 그리워할 지금을

미리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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