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괜찮다고 말해주는 날

생일을 지나며 (2018.07.16. 월요일 초복을 앞둔 무더위)

by 재생지

생일이 지났다. 마흔여섯 번째.


어제는

수술 이후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문득 이런 마음이 스쳤다.

내년 생일도

지금처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래서였을까.

그냥,

엄마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가족이

이런 날을 계기로라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건,

그 하루가 꼭 완벽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릴 적의 생일은

이유 없이 벅찼다.


친구들이 모였고,

엄마는 떡볶이를 끓이고

김밥을 말며

부엌과 거실을 분주히 오가셨다.

나는 그저

그 자리를 갖기만 해도 되었다.


생일이라는 날은

무엇을 해냈는지 묻지 않고,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날만큼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해 주는 날 같다.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해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생일을 거듭할수록

시간은 조용히 쌓였고,

나는 누군가의 보호 안이 아닌

누군가의 삶 안에

영향을 남기는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일상에서도,

가끔은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잘 닿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어진다.


말이 아니어도 좋고,

형태가 없어도 좋다.

그저

일상의 삶에서도

서로에게 남는

작은 흔적 하나면 충분하다.


그렇게 삶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약간의 울림만으로도

매일이 생일처럼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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