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과정이 남긴 자리

출근길 (2018.07.18. 수요일 찜통 같은 무더위)

by 재생지

출근길,

회사 앞 주차장에 잠시 멈춰 섰다.


신호등 건너편으로

익숙한 건물의 입구가 보인다.


15년 넘게 함께해 온,

내 작은 회사.

한때는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졌고,

작아도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은

유난히 마음이 자주 흔들린다.

내 건강의 흔들림이,

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건 아닐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들의 미래를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나의 미래를 지탱해 줄 수 있을까.


수술 이후,

몸의 배터리 하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처럼

일상에 스며든 피로가

예전보다 빠르게 쌓인다.


욕심을 내려놓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때로는 그 마음마저

힘없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주 멈춰 선다.

어떤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오늘을

버티듯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결과를 먼저 떠올릴수록

과정에서는

한 걸음쯤 멀어지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도

둔해진다.


예전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날들이 늘고,

목표를 향해 나를 밀어붙이던

동력과 마음도

잠깐씩 멈춰 선다.


하지만 이 또한

내 삶의 한 과정이겠지.


벗어나야 할 구간이 아니라,

지나가고 있는 자리.


조금 느려졌을 뿐,

길을 잃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지금의 무게를

그대로 견뎌가다 보면,


아마도

결과라는 이름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과정의 구간마다

흔적 같은 자리로 남지 않을까.


지금은

조금 숨을 골라야 될 뿐

여전히

같은 나무로

나는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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