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움이 아닌, 나를 받치는 것

무게 (2018.10.03. 수요일 맑음, 깊어진 가을빛)

by 재생지

15년 넘게

같은 업무를 통해 알아온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했다.


곧 첫아이의 아빠가 된다고 한다.

일생일대의 큰 소원을

이뤘다는 말과 함께,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만큼이나

적잖은 무게가 섞여 있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맡게 되는 새로운 책임.

체력도, 마음도

가볍게 말할 수 없는

시간의 몫.


기쁨과 두려움이

어깨를

나눠 메고 있는 듯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때로는

삶에 무게가 하나쯤 더해져야

멈추지 않고

계속 가게 되더라.”


“무거운 추가

오히려

삶의 균형을

잡아주기도 하고.”


거창하게

‘삶의 목표’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사람은 저마다

자신을 붙들어 주는

무게 하나쯤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얹히지 않은 삶은

가벼운 만큼

바람에도

쉽게 흔들릴지도 모르니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나 자신의 무게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프고,

아직은 회복의 한가운데 있고,

앞날을 쉽게

그려 넣기 어려운 시기.


예전처럼

속도를 낼 수는 없어진 대신,

쉽게 내려놓지 않게 되는 것들.


책임,

관계,

그리고

지금의 나를

붙잡고 있는

원초의 무게들.


하지만

이 무게는

내가 짊어진 것이 아니라,

나를 받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론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었던 것들이

나를 눌러 앉히는 대신,

오히려

땅 위에 단단히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게를 덜어내기보다,

이 무게와

어떻게 균형을 잡고

걸어갈지를

생각해 본다.


삶은

가벼워질 때보다,

버틸 수 있을 만큼

무거워졌을 때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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