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사는 법 (2018. 10. 09. 화요일 맑은 가을하늘)
찾아야 할 기록이 있어
휴대폰 노트를 뒤적이다가
오래된 기록 하나로 빠져들었다.
메모의 날짜와 시간은
유난히 정확하게 남아 있는데
그날의 감정은
또렷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2015년 4월 13일,
오후 1시 37분.
그 시기를 떠올려 본다.
아마도
큰아이의 사춘기를 지나며,
부모로서
마음이 복잡하던 때였을 것이다.
그 메모의 제목은
짧았다.
“우리 가족이 사는 법.”
그 몇 글자만으로도
그날의 내가
얼마나 진지하게 메시지를 남겼는지,
굳이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대로를 사랑하기.
그대로를 감사하기.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기.
서로가 싫어하는 것은 조심하기.
지금 읽어보면
특별할 것 없는 문장들인데,
그때의 나는
이 말들에
꽤 많은 마음을 걸고 있었던 것 같다.
문득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적어둔 이 다짐들 앞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서 있는가.
그 질문을 안고
그날의 메모를
조금 더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무엇일까.
열심히 공부시키고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일일까.
그날의 나는
그렇게 묻고
이렇게 적어두었다.
“아이에게 좋은 미래를 갖게 하는 것.”
그렇다면
좋은 미래란 무엇일까.
좋은 직장, 좋은 소득, 그 밖의 좋은 조건들.
그것들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은
즐거움의 총량보다는
‘만족’의 깊이에서
오는 것은 아닐지.
행복한 가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 함께 있어 즐겁고,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이 살아 있는 집.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조심하며,
기대와 요구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버팀목이 되는 관계.
그때 나는
이런 질문도 적어 두었다.
혹시
아이의 성과를
나의 증명처럼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미래를 잠식하지 않도록,
그들의 목표와 가치가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강요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행복한 가정이란 결국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고 표현하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집.
그리고
부모가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일.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
행복할 줄 아는 법,
자신을 존중하는 법,
주변을 바라볼 줄 아는 법,
만족할 줄 아는 법,
그리고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품는 법.
2015년의 나는
이 모든 것을 고민하며
언젠가의 나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그 메모를 다시 읽으며
그때의 마음이
지나온 시간 위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가족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단순한 말들 같지만
살아갈수록 더 어려운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결국
같은 자리에서
묻고 또 묻는다.
때로는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끌고 오기도 하겠지만,
그 질문이
언제나 향하고 있는 방향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도 다시 확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