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가고, 더 머문 날

쉼표 (2018.10.15. 월요일 맑음, 가을 공기)

by 재생지

출근길,

평소처럼 걷다가

신호에 한 번 더 걸렸다.


괜히 서두를 이유는 없었는데,

발걸음은 이미

앞서가려 하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문득

고개를 들었다.


가을이다.


어느새

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본다.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늘 거기 있었는데,

지나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먼 곳만을

바라보며

지금 닿아 있는 것들을

쉽게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의 공기,

창으로 들어오는 빛,

습관처럼 삼켜버리는 숨들.


기계처럼 반응하며

지나쳐 온

사소한 말들,

짧은 눈빛들,

메아리처럼 오간 관계들.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하루를 채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조금 덜 가고,

조금 덜 서두르고,

대신

조금 더 머물러 보았다.


쉼표 하나를 찍었을 뿐인데,

하루가

이상하게

차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더 해서가 아니라,

덜 놓친 하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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