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오면 (2018. 11. 09. 금요일 흐리고 차분한 공기)
출근길 내내
노래 하나를
반복해서 들었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언젠가 올 우리의 먼 길을
아득히 비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수술을 지나온 뒤로,
아내와
죽음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우울해지는 일이라기보다는,
그래서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적 같이
고마운 일인지
되묻게 하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언젠가는
누구든
혼자 남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피해서 말하기보다는
미리 꺼내보는 쪽이
오히려 덜 무겁게 느껴진다.
서로 누군가
혼자 남게 된다면
어떻게 하루를 건너게 될까.
집안 곳곳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동선의 잔상.
손길이 닿았던 비누 조각은
그대로
닳도록 쓸 수 있을지,
잔 웃음을 지으며 마주하던
식탁의 건너편은
무엇으로 대신하게 될까.
주인 잃은 베개는
어떻게 곁에 두어야 할지
알 길 없고,
늦은 저녁
TV 앞에 나란히 앉아
중얼거리듯 나누던 말들,
그 주고받음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소리가 남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만 알고 있던
긴 시간과 기억은
아마도
다시는
재생되지 않을 것이고,
주말 아침 산책길에서
잡을 곳을 잃은
빈 손.
그리고
나열할 수 없는
그날들의 공기는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게 될까.
알 수는 없지만,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조심스레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들으며
그 흐릿한 길의 풍경을
조심스럽게 떠올려 보았다.
언젠가는
당신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겠지.
다시는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 없는 시간,
더는
함께 웃고 울 수 없는 날들.
혹시
내가 당신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그때가 온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하고 싶을 것 같다.
세월을 담은
당신의 얼굴에
조용히
내 얼굴을 비비고,
마지막 기척을
가슴 깊이 담아두고,
식어가는 입술에
내 온기를 남기며,
당신의 귀에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매 순간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거라고.
그리고
내게도 때가 오는 날,
당신이 그곳에
조용히 서 있어 주면
좋겠다고.
이 모든 상상은
슬프지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을
더 느껴보자.
이 평범한 아침과
서로의 온기가
얼마나 귀한지
잊지 않도록.
외롭지 않은 아침을
부디
오래도록
함께 누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