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같은 날

연장 (2018. 11. 12. 월요일 조금 흐림)

by 재생지

세 달에 한 번,

병원에 간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와

여러 수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날.


이제는

아내가 늘 곁에 붙어

따라다닌다.


우스갯소리로

갱년기와 사춘기가 붙으면

갱년기가 이긴다던데,

그 둘 사이에 끼어 있던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를 잠시 평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내가 누워 있었던 이 병원에

오는 걸

여전히 싫어한다.


이 건물에 들어설 때면

그때의 냄새와,

기다리던 시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의자들이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반대로

나는 이곳이

이상하리만큼 좋다.


따뜻하고,

근하고,

잠시 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병원에 오면

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검사 결과가

조금이라도 좋게 나오면,

의사에게서 듣는

짧은 말 한마디가

마치

잘했다는

도장을 하나 받는 것 같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열쇠를 하나 쥔 것처럼,


그날 하루는

괜히

조금 더 가볍다.


아내의 표정도

그제야

조금 풀린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 오는 게 좋다.


두려움보다

안정에 가깝고,

종결보다는

이어짐에 가깝기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같이 병원을 나섰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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