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이라는 휴가

Day 7 (2018.08.14. 화요일 맑음)

by 재생지

회사를 잠깐 다녀왔다.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몸과 마음이

서로의 속도를

조심스레 살펴야 할 것 같았다.


점심은

혼자 돼지국밥을 먹었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되는 식사.

말을 섞지 않아도,

관계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혼자라는 건

오히려 결핍이 아니라

때로는

나에게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고

카페에 들렀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그리고 책 한 권.


중간중간 업무 연락 때문에

페이지를 오래 붙잡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오늘은

무언가를 해내는 날이 아니라

나를 쉬게 하는 날이니까.


괜히

자리를 정리하듯 일어나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걸었다.


역사박물관에 들렀고,

그 안에서

70~80년대 서초 삼호아파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전시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그 시절에 익숙했던

가구와 집기들,

비슷하게 겹쳐진 공간의 분위기,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모든 것이 처음이던

시간의 결.


낯익은 거실,

네모난 TV앞에 앉아

과자봉지를 안고 있는

꼬마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전시는 과거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미래의 나에게

잠시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회복이란

다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다시 나로 돌아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전 08화모름을 견디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