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생이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수료는 끝이 아닌 시작일 뿐

by 이소연

내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요가원을 고른 큰 기준은 '국제 요가 자격증'과 '향'이었다. 보통은 과정을 듣기 전, 요가원의 수업을 수강하고 그곳의 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스타일 그리고 수업 난이도를 경험하고 자신과 맞으면 그때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어느 곳에 등록하든 일단 열심히 하자란 마음으로 요가원을 보러 다녔고 수업은 등록 후에 들어보자란 생각뿐이었다.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를 향해 마치 불도저처럼 직진을 하는 것이 모녀의 특징이다.


그래서 약 3개월 과정 중 1달은 정말 힘들게 다녔다. 일단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요가원이 요가 선생님들께서 많이 다니시는 곳이라 수업 난이도가 일반 요가원보다 몇 배는 더 높았고 힘들었고 힘들었다. 1달 동안 나의 요가복은 땀으로 흠뻑 적셔져 마를 일이 없었다. 그래도 내가 처음 접했던 빈야사 요가였기에 초반부터 따라가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요가 지도자 과정은 크게 주말에 수업 (철학, 티칭 법, 해부학)이 이뤄지고 평일에 수련시간을 채우는 형식이었다. 과정의 세부적인 진행사항은 요가원마다 조금씩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감안해주셨음 한다. 초반엔 평일에 수련하기도 굉장히 벅찼는데 여기에 매주마다 과제가 나온다. 내가 직접 수업 시퀀스를 짜서 그것을 또 외워서 나중엔 티칭도 앞에 나가서 했어야 했다. 그렇기에 수련과 과제의 콜라보가 매주 연속이었다.



웜업시퀀스2(이소연).jpg 웜업 시퀀스 직접 짜고 그린 것.


웜업 동작은 본격적인 빈야사 플로우로 진행하기 앞서 몸을 이완하고 풀어주는 비교적 간단한 스트레칭이 들어간다. 나는 시퀀스를 짤 때마다 위의 그림처럼 직접 그려서 제출했다. 역시 전공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한 장을 그리더라도 보기가 좋게 그리고 내 마음에도 들어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 수련만큼이나 열심히 하나하나 그려서 시퀀스들을 그렸다. 처음엔 간단한 웜업에서 시작하여 본격적인 빈야사 플로우까지 다채롭게 시퀀스를 직접 짜는 과정들을 통해 훗날 나중에 직접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에도 직접 자신의 수업 목표에 맞는 시퀀스를 짤 수 있게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픽 포즈 (수련 중 최고 정점에 달하는 가장 흥미롭고 도전적인 자세)를 위한 시퀀스를 전체적으로 짜 봄으로써 좀 더 체계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살피고 그 부분들을 어떻게 시퀀스에 녹여낼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점점 이론을 배우고 수련의 시간이 쌓이면서 시퀀스를 짜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시퀀스를 제출하는 과제를 할 때마다 점점 잊고 있던 나의 전공을 나도 모르게 살리며 진행하고 있었다. 시퀀스를 직접 짜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도 역시 창작의 영역임을 아주 톡톡히 알게 되었다.


그 밖의 과제로는 요가 철학 주제에 따른 자신의 에세이 쓰기, 산스 크릿 어 외우기, 수리야 나마 스카라 시퀀스 외우기 등등이 있었고 마지막엔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론 시험, 실기 시험으로 나뉜다. 이론 시험은 3개월 과정 배운 것을 총망라하여 서술형으로 진행되고 실기 시험은 미리 조를 짜서 시간대 별로 나뉘어 직접 시험 시퀀스를 자신의 조원과 상의하여 짜고 그것을 연습하여 실제 요가원에서 수업하듯 티칭을 심사받게 된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이 정말 과제가 많고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수월하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얻은 것이 더 많았던 값진 시간이었다.



요가 수료증.jpeg 마지막 날 수료식 때 받은 수료증과 꽃다발.



그렇게 험난했지만 나를 되돌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요가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 에세이 쓰기, 시퀀스 제작과 같은 창작도 본의 아니게 꾸준히 했다. 그리고 '창작'의 영역이 생각보다 방대하고 넓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나름 여러 전시도 보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접하면서 편견들을 깨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달까.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 만이 창작이 아닌데도 말이다.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창작을 하게 된다는 것은 역시 나와 요가가 잘 맞는다는 것이 아닐지! 요가 철학을 가르쳐 준 선생님께선 이 과정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글을 쓰길 추천하셨다. 그래서 나를 바라봐주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 있게. 어쩌면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지도자 과정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면서 이전보다 요가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요가를 사람들에게 티칭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 점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수료가 이제부터 '시작'임을 지금은 너무 잘 안다. 요가인의 길을 걷는 초입에 이제 막 들어선 것이다. 과정을 수강하는 첫 달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수료한 지금은 '지도자 과정'이 시작일 뿐이란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요가를 알려고 할수록 더 많은 정보들이 존재하고 계속 수련을 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워야 하며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정체되지 않고 한 곳에만 고여있지 않기 위해서 계속 나 자신을 쌓아 올려야 한다. 끊임없이 정진해야 함을 나는 이제 잘 안다.



그렇게 미대생인 나는 요가를 하기 위해 두 번째 휴학을 했고, 요가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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