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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ul 09. 2024

의도치 않은 휴식 이후의 수련

다치고, 치유하고, 그 이후의 수련의 느낌이란


일단 부끄럽게도 5월은 초반 한 주를 제외하곤 강제로 쉬게 된 달이다. 그 이유인즉, 집에서 손가락을 단단히 접질렸기 때문인데 그 정도가 내 예상치를 아득히 넘어 퉁퉁 붓고 심상치 않은 멍이 들었다. 그 상태는 거의 골절이라 봐도 무방했다.


부랴부랴 정형외과에서 찍은 X ray 에선 별다른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았으나 아주 얇은 실금 같은 경우엔 잘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여 2주간 강제 휴식을 갖게 되었다. 씻을 때 벗고 다시 끼울 수 있는 기구 같은 걸 받았는데 평소엔 이 기구를 부착하고 생활해야 했다. 생각보다 몸 한 부분이 다쳐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오는 여러 제약들이란 그동안 살아가면서 몰랐던 부분이었다.


왼손의 검지 손가락만 다친 것뿐인데 나는 요가수련을 강제로 쉬게 되었다. 나의 손가락의 부기가 빠지고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최대한 손을 쓰지 않고 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고대하던 2주 후, 나의 손가락의 부기는 많이 빠졌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1주일 더 쉬기로 결정했고 6월이 되어서야 겨우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요가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약 1달을 쉬었으니 나의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 건 당연지사이며 내 몸이 다시 요가 수련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내가 요가 지도자 과정을 겪을 당시에 1주일을 아파서 쉬고 그 이후에 수련을 재개했을 때엔 다시 적응하느라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나의 몸은 착실히 수리야나마스카라 시퀀스부터 난이도 있는 아사나까지 순차적으로 해나갔다. 나는 왼 검지 손가락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최대한 조심히 수련하려 애썼다. 나의 몸은 내 마음이 온통 손가락에 가 있는 사이에 알아서 척척 수련해 나갔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 꼼꼼히 그리고 몰입하며 수련했다 생각했는데. 나의 발과 손바닥의 반다의 힘을 잘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약 한 달의 강제 휴식기를 거치며 그 이후에 만난 수련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의 발의 접지가 이렇게 단단했나?


나의 손바닥과 손가락이 맞닿아있는 바닥이 이렇게 딱딱했나?



생각보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지탱하며 이루는 힘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연성이 떨어지긴 했어도 나의 몸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사나들을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안될 거야'라고 막연히 단정 지었던 나의 마음과 달리 예전만큼 아사나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오히려 쉬고 난 덕분에 나의 몸에 대한 환기가 이뤄졌고 손가락을 다쳤기 때문에 더욱 나의 몸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휴식에도 불구하고 요가수련을 다시 힘 있게 이끌어준 나의 몸에게 더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이런 못난 주인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또 한 번 몸의 지성에 감사하게 되었으며 몸의 위대함을 이렇게 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아픈 경험을 통해 진짜로 몸이 다친 경우엔 정말 심각하게 반응이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수련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욱신거리거나 뻐근해도 다친 것 같다고 막연히 판단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그것들은 전혀 다친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몸을 함부로 대한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우리 몸의 하나하나 어느 것 하나도 작은 것이 없다.



수련을 할 때 요가 아사나를 수행할 때.

우리 몸의 모든 부분들이 한 요소가 되어 하나의 뿌리가 되고 근간이 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발바닥에서부터 손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기운을 느끼며

나의 몸이 하나로 이어지고

나의 숨결에 열리며

나의 몸과 마음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무아를 경험한다.



그 귀중한 경험을 통해 수련을 한다.


어쩌면 그동안 수련을 하지 못하여 많이 딱딱해지고 답답했을 나의 몸이 오랜만의 요가 수련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세포 하나하나의 감각들을 깨우며 이런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지라며 스스로 힘차게 일깨운 것은 아닐지.



때론 나의 의식보다 더 앞서 있는 나의 몸에게 감사하다.


묵묵히 나를 지탱하고 있는 나의 몸에게 감사하다.


나의 몸을 존중해 주는 길은 나는 요가 수련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수련의 길을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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