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연 Jun 05. 2024

떨린 다는 건 지극히, 인간적.

요가하면서 오는 떨림을 즐기도록



요가를 수련하면서 은연중에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견고함은 곧 강함과 그 사람의 실력을 상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아사나를 들어가고, 그 아사나에서 머물고, 그리고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아주 고요하게 그러면서 견고하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멋지게 수행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


나 또한 처음엔 요가를 하면서 내 몸이 떨리는 그 순간이 싫었고, 굉장히 아마추어적으로 느껴져서 언젠가 수련이 쌓이게 된다면 절대로 내 몸이 떨리는 걸 허용치 않겠다고 마음먹은 때가 있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떨고 있다.




나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흔들리고 있다.




매 하루하루마다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한치도 알 수 없는 것이라.


아무리 내가 열심히 근육을 붙이고 단련을 했어도 그날의 기분이나 나의 몸의 상태가 어떨지에 따라

아예 안 떨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을 이렇게 고쳐먹었다.



떨리기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인간이기 때문에 몸이 떨리고, 그 떨림에서 오는 감각이 유독 독특하게 느껴진다고.



하루는 어드밴스 수업 때 하도 몸이 덜덜덜 진동처럼 떨려오길래 그대로 나의 몸을 수용해 보았다.

처음엔 쪽팔림이 몰려왔으나 그다음엔 그 떨림마저도 경쾌한 리듬이 되어 수련의 한 부분이 됨을 느꼈다.

지극히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고유의 것, 느낌.


불확실성과 불완전함.


예측불가성.


그리고 미묘함.


오늘날같이 온갖 기술과 진보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나는 요가가 내게 주는 이 감각과 느낌을 사랑한다.


진정으로 내가 '사람답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니.

내 안에는 피가 흐르고, 땀을 흘리며 손과 발이 땅과 접지되는 그 모든 순간의 감촉들이 생생하게 다가오니.

어찌 요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까.



나의 새로운 시작을 열기 전,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컴퓨터 작업들 속에서도 나는 내가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요가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알아차린다.



요가 수련하며 오는 떨림은 이제는 조금은 더,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결핍을 사랑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