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개강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우리 학교엔 Sunset Yoga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전교생이 모여서 어느 높디높은 언덕에 저녁노을이 지는 때에 다 같이 요가 수련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다지 어려운 수련은 아닌지라 모든 이들이 요가가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즐기는 단체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타지에 요가를 다른 사람들과 야외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당시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급한 대로 제일 싼 요가 매트를 구매했던 나는 그 매트 하나만 덜렁덜렁 들고서 참여했다.
굴곡진 땅바닥과 얽히고설킨 풀들 사이에 매트를 피고 맨발로 땅의 촉각을 느끼며 하는 수련은 그간 요가원 내부에서 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울퉁불퉁한 흙 때문에 중심 잡기가 어려웠고 내가 제대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조차 너무 헷갈렸다. 그래서 그냥 온몸을 자연바람과 풀내음에 맡기고 그냥 흐르는 대로 취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몸의 지성은 생각보다 강인하며 나의 머리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바쁘고 고된 스케줄 속에서 굳어만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몸은 착실히 그 감각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서기 포즈를 했을 때 나의 몸은 휘청거렸지만 다시 단단하게 중심을 세웠다. 그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의 다리를 벌리면서 천천히 다리 찢기까지 수행했다. 나의 햄스트링이 다시 짧아진 탓에 엄청 찢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그간 수련을 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수련하는 경험. 느낌. 그 모든 감각과 나의 몸의 지성이 일깨워주는 현존의 실제.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내게 이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내 몸으로 만끽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에 얼마나 몇 안 되는 아름다운 노을이었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 요가 수련이었는지를.
왜 사람들이 요가원 안에서만 수련하지 않고 가끔 밖에 나가서 자연과 함께 하는 수련을 하는 지를 깨닫게 되었다. 자연이 주는 느낌과 경험은 요가원에서만 경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차원이 달랐다는 말도 맞겠으나 그것보다도 나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나의 몸이 마치 두둥실 떠올라 춤을 추는 무희가 된 것 같은 황홀감도 있었다. 그냥 모든 순간들이 한 프레임 프레임마다 마법 같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야외에서의 첫 요가 수련을 기분 좋게 마쳤다. 이렇게나 멋지고 광활한 언덕 위에서 모든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요가라니.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이란 말인가! 한국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멋지고도 찬란한 야외 요가를 통해 나의 첫 학기를 의미 있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