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다는 것은

글쓴이의 생각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함께 쓴다는 것이다

by 이소연


나는 현재 나의 대학원 졸업작품을 위한 리서치로 여러 논문과 서적들을 찾고 읽어가며 부지런히 내용을 정리하는 중에 있다. 그런데 그 리서치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내가 가장 많이 참고로 하는 논문 한 편을 동시에 인용, 참고한 또 다른 논문 한 편과 또 하나의 서적이 있었는데 한 논문은 '조선식물향명집'의 의의를 드러내고 있었고 또 하나의 서적은 향명집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꽤나 높은 어조로 일제 잔재의 '창씨개명'이라 일컫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논문 한 편을 정독한 후 다시 두 개의 성격이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의 유래" 논문 저자는 '향명집'이 그때 당시 일제강점기란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조선 과학자들이 '조선명' 즉 우리나라 '한글명'을 되새기고 기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피력했으나 서적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들'의 저자는 그러한 언급이 살짝 초반에 드러나나 뒷부분에선 계속 연거푸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일본명 그대로 번역하기에 급급했다란 성급한 판단이 묻은 글을 적어내고 있었다.


처음엔 발간된 서적이고 뒤에 인용된 문헌들도 상당히 많았기에 책의 전문성을 믿고 레퍼런스 중 하나로 택했으나, 점점 수집한 다른 논문들의 내용과 결이 달라지는 글쓴이의 생각과 어조가 나를 사뭇 당혹스럽게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책이라고 다 좋은 책이 아님을 깨닫는,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조선식물향명집'을 토대로 식물을 사랑하는 분들 세 분이 무려 7년간이나 세월을 쏟은 끝에 만들어낸 책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는 각 식물명이 어떻게 기록되고 쓰여왔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저자 분들 중 한 분은 '조선식물향명집'이 어떤 노력과 조선 식물학자들의 심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절절한 인터뷰를 하셨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서적이 대중들에게 상당히 잘못된 내용과 인식을 심겨주고 있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하셨다.


나 또한 별 다른 의심 없이 그 책을 읽고 인용하고 책의 저자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일뻔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은 단지 저자에게 수많은 책 들 중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는 그 책의 글과 내용을 통해 분명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영향은 그 사람의 사상과 생각 심지어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쓴 글자가, 글이, 생각이,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큰 일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책'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쓰는 일이 아니다.


작가 본인의 '책임감'도 함께 쓴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인생이 변화되고 가치관이 바뀌고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처럼.


작가들 또한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본인이 어떠한 내용을 담을 때 이를 깊이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리서치를 통해 그 사실을 적잖이 실감했고

그 저자분께 실망을 하였으며

그와 동시에 좀 더 비판적으로 책을 읽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다.


부디 그 책으로 인해 '조선식물향명집'에 담긴 진정한 조선인 학자분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노고가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그 뜻이 담겨 전해져 내려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국에서 베이스기타 입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