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식집사

이사 온 집 식물 키우기 천국이었다

by 이소연



미국에서 지낸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리고 기숙사를 벗어나 자취를 시작하면서 온전히 나를 나만을 위한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지냈던 자취생활보다 훨씬 풍족하고 넓은 곳에서 감사하게도 학업에 열중하며 살아가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할지라도 나의 못 말리는 식물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중이다. 미국 화원을 둘러 다니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우리나라 화원만큼 식물 용품의 카테고리가 폭넓지도, 세분화되어 있지도 않다는 점이고 그냥 기본적인 물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요즘 우리나라 화원시장이 넓어진 편이란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래도 미국은 미국인지라 기본적인 식물들 상태가 훨씬 큼직큼직하고 별다른 영양제를 주지 않아도 금방 쑥쑥 몸집이 커지는 느낌이다.



처음엔 자취하는 아파트에서 식물을 들일 생각은 없었으나 한창 이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사를 하게 될 이 집에 식물을 하나라도 미리 들이면 내가 그 식물을 보러 가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그 집에 방문하면서 관리를 하게 되지 않을까란 예상에서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고, 예정보다 훨씬 더 바삐 그리고 부지런히 나의 짐들을 정리하고 옮기면서 올 5월 말엔 거의 기본적인 짐들만 나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사를 마친 후 겸사겸사 사게 된 식물 선반에 마침 빈 공간들이 눈에 띄었고(?) 그렇게 어쩔 수 없지란 느낌으로 화원에서 하나씩 하나씩 들이게 되었다. 캐나다에 교수임용이 되어 떠난 아는 지인분의 몬스테라까지 우리 집에 합류하게 되면서 현재 우리 집엔 거실에 몬스테라와 식마켓에서 들여온 글로리오섬, 식탁 옆엔 식물 쇼케이스 같은 식물 선반대에 알로카시아들과 마란타, 선인장, 안스리움, 미니 호접란이 살고 있고 화장실엔 아비스 고사리, 침실엔 싱고니움이 자리하게 되었다.



내가 마란타를 제일 먼저 들이고 키우면서 전반적인 이 집의 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먼저 이 집은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되며 그다지 건조하지 않은 편이란 걸 깨달았다.


특히 식탁 옆 창가 자리가 제일 좋은 명당이었는데, 아침 햇살이 제일 먼저 드는 곳이 식탁 옆 창가자리였고 환기와 통풍이 제일 잘 되는 자리 또한 그쪽이었다. 그렇게 나보다 일찍 이 집에서 4월부터 들어와 살게 된 마란타는 어느덧 6개월을 훌쩍 넘기고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란타가 워낙에 순하다 보니 혹시 다른 식물들은 환경이 맞지 않지 않을까란 의구심과 함께 평소에도 키우고 싶던 알로카시아 종류가 그날따라 화원에 나온 게 보였다. 이러면 운명의 만남처럼 안 살 수 없지라 어쩔 수 없다고 되뇌며 들여온 알로카시아를 식물 선반에 올려두고 몇 달을 무심한 듯 물만 주고서 키웠다.


그리고서 여름방학을 지나 나는 이 집의 전반적 환경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집은 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어쩐지. 이 집에 오고 난 이후로 나 또한 잠을 잘 자고 잘 일어나고, 집 안에만 지내도 그다지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이 집과 내가 상성이 잘 맞는다는 사실 또한 식물들이 잘 자라나는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었다. 식물이 살기 좋은 집이 곧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집이란 어디에선가 본 듯,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새삼 실감하게 된달까.



그렇게 이사 오고 자취를 하게 된 이 집 공간 구석구석에 초록이들로 채우고 싶어 졌고, 각 식물의 특성과 환경에 최대한 맞춰서 자리하고 키우고 있다. 플랜테리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순전히 식물들로 꾸미는 것 그 이상이 아닌, 식물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데 초점을 둔 그런 목적이다. 식물들이 안 좋거나 시들 거리면 즉시 자리를 바꿔준다. 식물을 키우는데 제1원칙은 식물이 어디에서 '잘 자라는가'를 기민하게 눈치채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의 욕심으로 빈 공간에 초록으로 물들이는 것이 아닌 그 초록색이 어디서 잘 지내고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지를 세심히 맞춰주는 것이야말로 식집사의 노릇 아니겠는가.


그렇게 엄마가 겨울방학에 오면 등짝 스파이크를 때려도 모자를 나의 식물 덕질이 미국에 와서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리 잡고 적응을 잘 한 나의 식물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기특하고 뿌듯하고 사랑스럽다.


그렇게 새로 이사 온 집이 사실 식물 키우기 천국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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