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아사나를 나만의 감성을 넣어 제작한 일러스트 작업
때는 대학교 2학년 마치고서 처음으로 휴학했던 시기. (지금은 두 번째 휴학 중이다.)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서 호기롭게 휴학을 결정했던 때였다. 학기 생활 중 전념하지 못했던 요가를 좀 더 집중 있게 수련하기 위해 거의 매일 요가원에 갔었는데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던 터였다.
'요가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볼까?'
요가를 계속하면서 왜 요가를 주제로 그려볼 생각을 안 했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내 마음속에서만 맴맴 돌았던 그 의문을 발현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번도 그려볼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주제라 처음엔 펜을 가지고서 빙빙 선을 그리기만 하다가 막상 어떻게 그릴지 감 잡히자 나의 우려와는 달리 즐겁게 작업물을 그려낼 수 있었다.
우선 일러스트레이션을 이 글에 수록하기 전,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요가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려고 한다. 이 때는 요가를 하기만 하고 요가 이론에 대해 '무지'했던 시기였기에 각 아사나들에 의미가 담겨 있으며 아사나(산스크릿어로 '동작'을 의미한다) 이름엔 산스크릿어로 동물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를 때였다. 그렇기에 각 동작에 그려진 동물들이 왜 자세 이름의 의미와 동물과 다를까 라고 생각하셨다면 뒤에 기술할 나의 의도를 봐주셨으면 한다.
요가 일러스트를 그릴 때 가장 먼저 정했던 것은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였다. 그때 나는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감각'과 '감정'에 기반한 나의 감각적 감성에 집중했다. 요가를 나만의 감성으로 어떻게 풀어서 낼지 그것에 초점을 둔 터였다. 이제 막 몸이 교정이 많이 되면서 이런저런 아사나들을 시도할 때였기에 어려운 아사나들은 아직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요가엔 다양한 아사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할 수 있는 아사나로만 한정을 짓는다면 요가 일러스트를 그리는데 벌써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여러 아사나들을 검색하고 보면서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아사나들을 몇 개를 추려서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할 수 없는 아사나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느낄 수 있나?라고 반문한다면 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단순히 요가는 그 자세를 잘한다고 그 자세의 기운이나 에너지를 온전히 받거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수련을 하다 보면 할 수 없는 자세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 자세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고.'
그렇게 요가 아사나를 보면서 '느껴지는' 아사나의 기운, 감각, 느낌을 '동물'로 표현을 하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을 자세히 표현하기보다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하여 세밀하게 묘사되는 동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의도했다. 요가의 아사나들은 전체적 몸의 선이 아름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사람에 집중을 두기보다 전체적 몸의 선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으며 동물은 선으로 명암을 주고 묘사를 하여 사람은 면, 동물은 선으로 대비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크게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하나는 배경색이 들어간 버전과 또 하나는 배경색이 없는 버전이다. 배경색은 아사나와 동물의 전체적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 색으로 선정하여 삽입했다. 그렇게 완성된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총 7가지의 아사나들로 구성되었다. 지금까지도 마음에 드는 개인작 중 몇 안 되는 작업물이며 대외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이 작업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요가 이론을 배운 지금의 나로선 이 일러스트들을 보면 각 아사나들의 의미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때의 내가 할 수 없었던 아사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한 가지 빼고 다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림들을 보면서 과거의 내가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이러한 일러스트들을 그렸을지 되뇌어보는 것도 상당히 묘하면서 재밌기도 하다. 오히려 이론을 몰랐기 때문에, 요가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상상력과 감각에 맡겨 자유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게 아니었을까 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물을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줬을 때 다들 나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다는 점이었다.
"이거 무엇을 표현한 것 같아?"
"요가 동작에서 나오는 기운? 기? 아우라나 에너지... 그런 느낌을 동물로 표현한 그림인 것 같아."
마치 내가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림으로 소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진작에 왜 요가를 주제로 창작을 할 생각을 안 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요가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고 더 즐겁게 창작할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이 일러스트레이션들이 나의 과거를 상징하는 작업물들이라면 지금은 현재의 나를 상징하는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작업물과 비교를 해보고 싶다. 요가를 하던 때와 요가를 배운 때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식으로 창작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바라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들 자신의 '요가'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한 가지 분명한 건 느낌이 드는 대로. 나의 손이 이끌리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 그 창작은 엄연히 남의 것이 아닌 온전한 나의 감각,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결과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