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공은 내일의 절망

성공은 우리의 평균이 아니다

by 이소연

요가를 꽤 오랫동안 수련을 해오거나 접한 사람들이라면 겪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기대해버리는 마음이다. 수련을 꾸준히 하면서 몸과 마음이 변해가고 그 속에서 이뤄지는 변화와 성취를 통해서 점점 더 자기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도 부풀기 시작한다.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가니 이제 이런 아사나를 취할 수 있겠지. 이런 동작쯤이야 예전에도 했으니까 가볍게 할 수 있지. 이건 내가 자신 있지.


이런저런 마음과 오만함이 나도 모르게 밀려오면서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시작한다.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해 그 아사나를 시도하다가 실패라도 해버리면 우리는 쉽게 우리의 몸을 자책하기 시작하고 미워한다. 왜 예전엔 쉽게 했던 동작이 왜 오늘은 안 될까. 몇 년 동안 왜 이 동작만큼은 남들만큼 취하기 쉽지 않을까. 왜 나는 수련을 오랫동안 했음에도 역 자세가 안 늘까.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처럼 밀려온다.


그렇게 우리 자신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하며 스스로 함몰되어 간다. 자신감이 떨어지며 수련을 나오다가 안 나오기도 하고 어떤 아사나는 할 수 없는 거라 속단하며 피하기 시작한다. 수련을 마음의 짐, 부담으로 느끼기 시작하며 오랜만에 시작하는 수련에서 옛날만큼 잘하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해하는 자신이 있다.


놀랍게도 이는 모든 수련자들이 한 번쯤은 겪게 되는 과정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그리고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요가 지도자 분들도. 나는 자신 있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분이 계시다면 진정한 도인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고 당연하다. 그런 나 자신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요가 수련에서의 가장 중요한 마음이라 하면 '현존'이다. 현재에 집중하기. 오늘에 집중하기. 지금에 집중하기. 과거가 어쨌든 미래가 어떻든 간에 지금의 나와 오늘의 나와 함께하기. 우리의 몸은 하루도 똑같은 적이 없으니까. 우리의 마음은 하루도 같았던 적이 없으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매시간 매분 매 초마다 시시각각 다르게 흘러가고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제일 잘했던 순간만을 기억하고서 그것이 우리의 '평균'이라 생각해버린다. 사실은 그때가 우리의 몸이 제일 최선을 다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는데. 그렇기에 그 잘했던, 성공했던 과거의 영광을 계속해서 되뇌고 되새기고 끊임없이 몸과 마음에게 강요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압박하면서부터 '아힘사'(비폭력)이란 규율은 잊어버리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은커녕 집착과 욕심으로 얼룩지게 만들어버린다.


나도 오랫동안 요가를 접해오고 요가를 수련하면서 느낀 것은 계속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직도 과정 속에서 걸어가고 있는 자임을 인정하고 되새기기. 예전에 성공했던 순간은 오늘의 절망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기. 알아차리기. 오늘의 실패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기. 내가 가장 잘했던 순간은 나의 평균이 아니며, 나는 언제든 잘하고 못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기. 정말 잔인하게도 요가는 그러한 부분을 내게 계속 수련을 통해 일깨우고 알려준다.



4월.jpeg 2021.05.04 첫 시르사 아사나 다리 떼기 성공



수련을 오랫동안 하면 아사나의 실력이 당연히 는다. 예전엔 시도도 못했던 아사나를 시도할 수 있게 되고 기존에 했던 아사나에 깊이가 생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수련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감에 따라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기대치 또한 같이 높아져버리게 된다면 '현존'의 가치를 잊어버리기도 또한 쉽다. 실력이 좋아지니 나태해지기도 쉽다. 남들과 비교하기도 쉽다. 그렇기에 경쟁을 해버리는 것도 쉽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보이는 것에 집중하기가 쉽다. 이것이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함정'이다.


그렇기에 계속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아사나에 현혹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깨달아야 한다. 오늘의 나와 마주하여 좋던 나쁘던 싫던 어떻던 나의 몸을 느껴야 한다. 모순적이게도 마음공부는 시간의 양과 상관없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 정도면 됐겠지는 없다. 그렇기에 시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순간순간을 잘 다스려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의 요가 수련이 어느덧 1년 차가 되었는데 그 속에서 느꼈고 배운 점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적지 않은 수련의 시간을 쌓아 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계속 수련해야 함을,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함을 새삼 느꼈다. 초심자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기에 요즘은 항상 생각한다. 오늘의 나에게 어떠한 기대도, 희망도, 좌절도, 분노도 느끼지 않기.


'나'는 '나'다. '나'로써 느끼고 하면 된다.


잘 되더라도 안 되더라도 흘려보내기.


'나' 자신이 어떻든 사랑하기.


결국 어떤 모습의 '나'이던 '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그렇기에 긴 시간 동안 수련했음에도 계속 수행의 길 속에서 걸어가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22.jpeg 2021.05.18 시르사 아사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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