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이 대신 울어줬다
2021년을 보내기 전, 요가원에서 자주 뵙던 철학 선생님의 특별한 수련이 있었다. 그것은 난생처음으로 경험해보는 108배 수리야. 수리야 나마 스카라 (태양 경배 a)를 108번이나 하는 듣기만 해도 굉장히 고단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수련이었다. 사실 이 수련을 알기 전엔 철학 선생님의 수업을 잘 듣지 못하여 이번엔 꼭 들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다른 선생님께 듣고서 알았다. 수리야를 어떻게 108번이나 하지?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는 흥 쾌하게 다음 날 수련에 들어왔고 수리야 108배를 그렇게 마주했다.
빼곡한 사람들과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된 수리야. 그리고 매일 수련 때 마주했던 수리야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철학 선생님의 부드러운 리드와 목소리에 따라 수리야가 진행되었고 선생님께선 자신의 구슬 목걸이로 하나씩 하나씩 수련생 분들을 대신하여 수를 세고 계셨다. 대략 반 이상 정도 진행되었을 때 나는 온몸이 후들거리고 조금씩 호흡이 가빠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정도 진행했는지 가늠이 안되었으므로 계속 몸이 알아서 움직여 흐르는 대로 그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굉장히 힘들 것 같았지만 막상 진행하면서 몸이 흘러가는 흐름의 리듬이 상당히 경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108배 수리야 때 다른 요가 수련 때보다 훨씬 더 호흡에 집중했다.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기에 집중하며 하나씩 하나씩 경건한 탑을 쌓는다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남았는지에 집중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했더니 차곡차곡 시간이 흐르면서 수리야가 쌓여갔다.
특별한 동작이 아닌 평소에 자주 하던 수리야 동작들이었으므로 호흡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흡에 집중을 하니 나도 몰랐던 나의 조급함과 서두름이 느껴졌고 그것을 억누르는 건 나의 차분하고 깊은 호흡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론 힘들고 고된 감정도 올라왔지만 그보다 더 특별했던 건 점차 안정화가 되는 나의 호흡과, 호흡에 같이 움직이는 나의 몸이었다. 이미 수련에 깊이 빠져들어 '무아'의 상태가 되었을 때 선생님의 10번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리야 108배가 끝나고서 뒤늦게 무지막지한 땀과 서서히 올라오는 근육통이 느껴졌다. 처음엔 막연하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던 108배 수련은 그렇게 무사히 끝났고 나는 2021년을 보내기 전 매우 뜻깊은 수련을 할 수 있었다. 마치 108배를 하고서 새로운 '나'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벅찬 가슴의 울림과 뛸 듯이 기쁜 벅참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나는 새롭게 태어난 기분으로 나 자신과 마주했다.
매트 위에 촉촉이 수 놓인 나의 땀방울들이 나의 몸이 나를 대신하여 울어줬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올 한 해도 무사히 잘 보내느라 수고했을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 나갈 나의 몸과 마음. 내가 현재에 집중하여 호흡하느라 나의 눈에서 나올 눈물이 나의 몸에서 나왔겠거니 짐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몸이 그렇게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렇구나. 나 대신해서 네가 울어줬구나. 나의 힘듦과 고단함을 네가 대신 표현하고 흘려주었구나.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마음은 아주 가뿐했다. 나의 몸과 마음 어딘가에 켜켜이 쌓였던 나의 에고와 피곤함들이 땀과 함께 흘려보내서일까. 108배를 하면서 새삼 '현존'의 힘을 깨달았다. 당장은 까마득해 보여도 하나씩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이뤄져 있다. 그것이 무엇이던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꿈일지언정. 수리야를 통해 나 자신과 함께 그 순간순간을 밟아나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를 몸소 체험했고 계속 내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힘듦의 순간에도 호흡에 집중했던 것처럼 그 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이제 2022년이 시작되었다. 나의 졸업과정도 이제 시작이다. 계속 호흡하자. 그리고 현존하자.
안녕하세요! 브런치 활동을 잠시 멈췄음에도 계속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참 놀랐습니다. 2월에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이제 다시 열심히 글을 써보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올 한 해에도 들려드릴 이야기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하나씩 이제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