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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ul 25. 2022

나의 처음을 기억해준 사람

지금도 기억하는 선생님의 칭찬의 말씀


 혼자서 자취방에서 외로이 요가 수련을 하다 보면 작년 요가원에서 다른 분들과 땀 흘리며 수련했던 때가 떠오른다. 특히 어드밴스 수업이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 매시간마다 내게 굉장히 고된 수업이었는데 철학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의 수업이 제일 도전적인 수업이었다. 어느 날 철학 선생님께선 수업 후 배웅을 해주실 때 내게 나지막이 칭찬을 해주셨다.


" 오늘도 잘했어. 계속 항상 잘해오고 있어. 안 되는 듯하지만 다 되고 다 하고 있어. 아주 신통방통해. 많이 좋아졌어. 처음 소연이 모습을 기억해. 그때 우따나아사나만 해도 다리가 덜덜 거리고 무릎 굽혀도 계속 떨었는데 지금은 안 되는 동작들도 다 어찌 되었든 해내고 있어. "


나도 잊고 있던 나의 처음을 기억해준 사람.


선생님이기 이전에 같이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따스히 건넨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엔 선생님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보다 더 나를 면밀히 살피고 지켜보고 기억해주신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종종 지나치기 쉬운 나의 처음 모습을 어떻게 그리 자세히 기억하실 수 있을까.


나의 변화하는 과정 속 모습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그리 자세히 기억하실 수 있을까.


너무 놀라웠던 말씀들을 들은 이후 나는 멋쩍은 미소를 띠며 웃고만 있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선 말씀하셨다.


" 계속 좋아지고 있어. 기특해. "


그 말을 듣고서 집으로 가는 길이 참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참으로 감사했다. 나의 처음을 내가 아닌 남이 기억해주고 이렇게 일깨워줄 수 있었음에.

오히려 내가 아니라 남이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격려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수련을 하면서 나는 요즘 나의 처음을 다시 경험하고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굳은 근육들과 우따나사나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고 그동안 쉽다고 자만했던 쟁기자세에 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가 기본 동작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처음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처음을 기억해준 선생님의 칭찬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홀로 수련하며 나도 모르게 어떤 동작은 쉽다고 치부하고 어떤 동작은 어렵다고 함부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의 나는 어떤 동작을 하던 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어렵고 쉽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유연하지 않고 뻣뻣했던 나는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잊어버리기 쉬운 나의 처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처음을 기억해준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되새겨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한 동작씩 기본기를 다져보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늘 경계하자. 동작들을 나도 모르게 분류하고 멋대로 단정 짓고 판단하지 말기를. 각 동작들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르고 에너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자.


그리고 감사하자. 나 자신조차 잊어버리기 쉬운 처음을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오늘도 Nam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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