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요가
요가란 존재를 알게 된지도 벌써 8년이 지나간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남들처럼 유연하지도 날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심한 팔자걸음에 퉁퉁해진 허벅지와 과도하게 꺾인 허리 등등 여자애치곤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몸과 자세를 가졌다. 그와 동시에 또래 여자애들로부터 은연중에 받았던 조롱과 멸시의 눈빛들이 나를 상처 입혔고 나의 자존감은 나의 엉망진창이었던 몸처럼 엉망이었다. 그때 운명처럼 알게 되었던 요가.
요가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렵고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운동이라고 여겨진다. 다리 찢기도 잘 못하는데 제가 어떻게 요가를 하나요, 유연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뭐가 있을까요 등등. 나의 경우, 체육시간에 유연성 체크를 할 때면 항상 제일 낮은 점수로 매겨지곤 했다. 그렇기에 요가원에 처음 들러서 처음으로 요가 동작을 했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따나사나 전굴 자세는 내게 많은 굴욕감과 고통 그리고 후회감을 안겨준 자세였다. 유연하고 근력이 좋은 사람들에겐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자세였지만 내겐 아니었다. 팔자걸음과 과도하게 휘어진 허리 그로 인한 골반의 심한 전방 경사 때문에 나의 허벅지엔 근육이 아닌 지방만 가득 찼었고 그로 인해 비대해진 하체비만과 그와 상반된 상반신의 괴리감이 컸다. 그때 처음으로 내 몸인데 내 몸을 내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몸을 조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간 나의 몸을 생각 없이 대했던 시간의 두께는 제법 켜켜이 두꺼웠고 나는 그에 따른 오만방자함을 실감했다.
전굴 자세를 5분, 10분 유지하는 연습부터 차근차근했다. 상반신을 허벅지와 붙이는 것부터 힘들었고 그다음으로 시간을 유지할 때 나의 온몸은 땀을 흘리고 부들부들 떨렸다. 몸이 울기 시작했고 그다음으론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의 세월 동안 나는 나의 몸을 함부로 대했던 어린 시절을 후회했고 나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동시에 몸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나의 내적 변화도 시작되었다.
대학생 때도 부지런히 요가 수련을 진행했다. 바쁜 학기 생활을 마치고 방학 때마다 요가원에서 2시간씩 수련을 했으며 대학교 2학년 때부턴 머리 서기 자세와 카카 아사나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나의 유연성과 근력은 고등학생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좋아졌으며 점점 나의 자존감도 높아져갔다. 요가의 근력과 유연성은 함께 이뤄지며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수련을 하면서 깨달았다.
잠시 1년간의 공백기가 찾아왔을 때에도 나는 요가에 대한 그리움을 잊은 적이 없다. 때론 요가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밉기도 했다. 다시는 요가를 안 할 것이라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했던 적도 있었다. 요가를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요가란 내게 무슨 존재인지를 정의 내리기 위해 공백 기간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정의를 내릴 수 있던 시점은 공백기 이후에 찾아온 요가 지도자 과정을 거친 후였다. 요가 지도자 과정을 겪으면서 에세이를 통해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었고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몸을 어떻게 대하고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요가에 대한 배움과 수련의 깊이감을 더하는 과정의 경험을 통하여 요가는 내게 운동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요가를 주제로 내 이야기를 단편 애니메이션 졸업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요가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존재' 그 자체라는 걸 깨달았다. 지도자 과정일 땐 요가가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라 생각했으나 이번 졸업작품을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구체화시키면서 알게 되었다. 요가를 통해 나의 몸이 변화되었고 그로 인해 나의 마음까지도 달라졌다는 걸. 그렇게 요가를 하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계속 요가를 할 거라는 걸.
그렇기에 요가 수련 일지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나의 요가 수련은 계속 이어지리라는 걸.
나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먼 훗 날, 요가에 관련하여 쓰고 싶은 주제와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다면 나는 기꺼이 요가를 쓸 것이고 요가를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요가를 그릴 수도 있겠다.
수련을 하면서도 계속 나 자신과의 소통을 하려 노력한다. 나도 모르게 들어오는 마음속의 허영심, 욕심 그리고 나태함을 경계하려고 한다.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번뇌하고 고통받고 깨달음을 얻는다. 한 번에 모든 걸 알 수 없고 그 진리를 깨칠 수 있을 거란 오만함도 계속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기에 요가 수련을 놓칠 수 없고 요가를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얻었다.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 몸을 돌보고 수련할 수 있는 힘을.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부단히 지도자 과정을 밟으며 애써왔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내가 무엇을 하던 잘 해내리라 믿는다.
글을 쓰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오고 가는데 그 감정들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지나가는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나는 그저 나 일뿐. 내가 걷고자 하는 그 길을 응원하고 믿어주자.
오늘 하루도 나 자신에게 숭고한 경배를.
NAM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