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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Sep 29. 2022

빠르게 도착한 잘못된 목적지는 의미 없음을

한 연사님께서 말씀해주신 내 마음을 움직인 말

 


 우리 학교엔 잘 찾아보면 학생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만한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홍보가 미비하여 대다수의 학생들이 잘 모르거나 지나치기 쉽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나의 경우 마치 모래사막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찾듯, 귀중한 프로그램을 학교 홈페이지나 학생 커뮤니티를 샅샅이 찾아 알아보곤 한다. 그중 실리콘 밸리에서 현직자로 일하고 계신 연사분들을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나의 경우 구글에서 일하고 계신 디자이너 분의 강연을 들었다. 졸업작품 제작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프로그램을 듣는데 쓸 수는 없었고 대신 선택과 집중의 느낌으로 선택하여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 여기에 적어보려 한다.


이 분의 경우 현재 구글에 오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전공을 공부하셨고 상당한 시행착오와 시도들을 많이 겪어오셨다. 우리나라에 손꼽히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셨어도 그 속에서 항상 꿈을 꾸셨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을 계속해오셨다. 솔직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직장과 연봉을 가졌으면 거기서 안주하고 머무를 법도 한데 그 자리를 박차고 또 다른 시도를 하셨다는 부분이 내겐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4학년이 되고 주변의 취업준비 소식을 들으면서 상당히 막막한 취업 소식과 암울한 현실이 점점 억죄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취업이란 새로운 꿈을 향해 여러 번 이력서를 내고 여러 번 면접을 보고 여러 번 실패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실패란 경험을 쌓아 더욱 견고하고 완성도 있는 이력서와 면접 준비를 하시게 되었고 결국 구글 입사에 성공하셨다. 그 시도의 횟수는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분의 마인드가 참 본받고 싶다고 느꼈던 점이 굉장히 긍정적이셨고 자기애가 강하셨다. 자만이 아니라 자신감이 넘치셨고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구글에서 일하시는 지금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탐구하신다고 했다. 이분은 대학, 회사 자체가 자신의 목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에 대해 고찰을 하고 계시는 듯했다.


특강 당시 학생들은 취업 그리고 인생전반에 관한 고민들을 물었고 연사님께선 그 부분에 관하여 이렇게 답하셨다.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조금 헤매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잘못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뭐든 빨리빨리가 기본 설정으로 장착되어 있다. 남들만큼 대학을 나와야 하고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 하고 그렇게 대학, 취업, 입사 등등 연쇄적인 고리들에 묶여 살아간다. 빨리 졸업하고 빨리 취업하고 빨리 경력을 쌓아야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남 들 만큼처럼 살 수 있다. 남들보다 더 시간을 벌 수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이제 겨우 20대 중반을 지났을 뿐인데도 남들보다 더 뒤처지고 남들보다 나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글들이 수두룩 하다. 빨리빨리란 함정이 우리 사회 전반을 아우러 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나의 경우 대학을 벌써 6년째 다니고 있으니 남들보다 한참 뒤떨어진 것일 테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나는 불안하지도 걱정을 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있고 나의 관심사를 그만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위에선 대학을 오래 다니는 것에 관해 걱정 어린 시선들을 간혹 보내곤 했다. 전공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 신분으로서 나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와 관심분야를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연사님의 말씀은 내게 어떠한 위안을 안겨다 주었다.


빠르게 도착한 잘못된 목적지엔 의미가 없음을 이 분께선 직접 겪으셨던 인생사를 통해 알려주셨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알고 찾는 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좋아함과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계속 나 자신과 소통하고 꾸준히 찾아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그렇기에 나 자신에 대한 빠름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막연한 미국 취업에 관하여 이 분은 우리에게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고 꾸준히 도전하라고 하셨다. 본인도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듯, 계속 부딪혀야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장벽은 쉽지 않고 높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은 넘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분의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한 설득력과 동시에 도전의식을 갖게 해 주었다. 미국 취업을 꿈꾸는 나로서도 매우 공감이 되면서 응원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졸업작품도 중요하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 울림 있는 가치 있는 말씀들을 듣게 되어 굉장히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지금처럼 느릴지라도 나의 좋아함에 관심을 가지고서 천천히 인생의 길을 걸어가 보려 한다. 빠르게 가 아닌 천천히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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