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탈출은 반가운 출동벨
이른 저녁 구급대 사무실이 소란스럽다.
중년의 남성이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소리친다.
"아니! 기록 바꿔달라니깐?"
"선생님 말씀은 이해가 가는데, 저희는 그런 말 쓴 적 없어요."
"우리 아들이 자살이란 말을 쓴 적이 없는데, (의무기록지를 보여주며) 여기에 자살이
라고 서 있냐고요!?"
"이거 때문에 앞으로 보험도 못 든다고 하는 데 책임질 거야?"
선임 반장님이 차분하게 듣다가 말한다.
"저희는 ‘자살’이란 단어 안 썼어요.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이거 자살이란 단어 좀 빼줘 봐요, 병동에선 응급실에서 썼다고 하고, 응급실
에선 119가 썼다고 하고 도대체 뭐요??"
“그건 병원 의무기록지예요. 병원 기록입니다. 저희가 바꿀 수 없어요.
"아니 그러면 병원에 전화해서 이 자살 기록 좀 빼달라고 전달 좀 해주요!"
"그건 공문서위조예요."
"아니. 씨! 당신들이 잘못 전달했겠지, 아들은 병원에서 자살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
던데, 그럼 이게 어디서 나왔겠어요?" "응? 병원비가 얼마 나왔는지 알아요?"
살벌한 분위기 속 평소 달갑지 않던 구급 출동벨이 반갑게 울린다.
구급대원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사무실에서 차고로 나가며 민원인에게 말한다.
"저희 출동 나가야해서요. 언제 들어올지 모릅니다."
(자살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은 후 응급실에서 진료 및 치료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