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28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행복아, 그분 죽었다고 하더라…."

"네? 아침부터 누가요?"

"그, 있잖아, 맨날 술 먹고 죽는다고 신고하고…. 네가 혼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던 분…. (한숨) 새벽에 이웃이 연기 냄새 난다고 해서 신고했는데, 베란다에서 연탄 피우고. 테이프로 여기저기 다 막고…. 그 어피치 베개 기억나? 그 베개 안고 있는 상태로…. 편안한 표정으로 갔다고 하더라"

김행복 대원이 쓴웃음으로 말한다.

"아침부터 왜 거짓말해요. 진짜!"

사실을 들은 김행복 대원은 애써 믿기 싫은 척한다.

"너는 알아야지, 그래도 네가 가장 미운 정이 많이 있을걸?"

선임과의 대화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김행복 대원.

무표정으로 천장만 멀뚱멀뚱 보고 있다.


< 과거 회상 >


정신과 약 수십 봉지를 먹고 병원에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운 날, '밖에 나가서 이야기 친구 해줄 테니 담배 하나 피자'고 설득해서 병원으로 겨우 이송시킨 그분.

여러 번의 자살 시도로 보호자에게 연락했다.

“어차피 그렇게 해도 안 죽잖아요? 연락하지 마세요.”

구급대원의 수화기 너머 보호자의 음성을 들은 그분은 쓴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구급차 타기 직전, 디스커버리 롱 패딩을 입은 그분은 담배를 피우며 내게 말했다.

"소문이 닮은 소방관 아저씨도 하나 필래요?"

“전 끊었어요. 이제 안 펴요.”

“담배 왜 끊었어요? 이 좋은걸”

“그냥 뭐 살다 보니….”

“근데 아저씨 펌 잘 어울려요. 그 드라마, 뭐더라? 소문이 같아요.”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손목을 베겠다라고 신고했다.

그분은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을 보며 소주 한잔과 회 한점을 먹는다.

김행복 대원은 소리를 질렀다.

"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예요!? 본인 소중한 줄도 알아야지!"

어느 여름의 막바지

'번개탄 피우고 자살하려는데 도저히 안 죽는다'라고 신고가 들어왔다.

화재진압대, 구조대, 구급대, 경찰 모두가 출동했다.

그분은 번개탄 연기가 가득한 방에서 자전거 사이클을 타고 있었다.

겨울 눈비가 내리던 날.

옥상에 올라가서 술을 마시며 곧 추락할 거라고 신고했다.

오랜 설득 끝에 구급대원은 그분을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 과거 회상 끝 >


그렇게 그분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나를 제발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라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운 친구를 그렇게 보냈다.

1년 동안 수 십 번이 넘는 신고 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한 게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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