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27

‘출동 나가는 구급대원의 마음’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지령서를 읽어볼 때 비응급처럼 보이는 출동이 긴급 상황일 때가 있다.

누가봐도 긴급출동인데 도착해보니 비응급인 경우도 있다.

엄동설한, 이른 새벽, 농수산물시장에서 출동이 들어왔다.

'지게차에 사람이 깔림'

졸린 눈이 번쩍 떠지게 하는 충격적인 출동 내용.

상황실과 통화 중인 신고자.

아무런 정보조차 없이 막연하게 현장으로 가는 행복 구급차 한 대.

무시무시한 지령서 내용을 보며 현장 도착 전까지 김행복 대원은 초조해한다.

“하필 두 명밖에 없는데….”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현장 도착 전 초조함을 느끼는 한국 구급대원


[머릿속 사고의 흐름]

현장에 도착한 다음에….

지게차가 사람을 깔아뭉갠 상태라면…?

지게차를 절대 자체적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면…?

일단 구조대를 부를까.

그래 일단, 다른 구급대도 부르자.

아니 손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부른다.

그런데 올 때까지 적어도 20분이 걸린다.

그런데 만약…. 만약…. 지게차가 사람의 가슴과 배를 깔아뭉개고 있다면?

중증외상이다.

일단 지게차에 깔린 요구조자에게 산소를 full 로 주고, 의료지도를 받고 수액을 줄 준비를 하자. 하…. 미치겠네….

그러면 내릴 때 산소통과 산소공급기구, 정맥 세트, 제세동기도 챙기자.

일단 혹시 제세동기 붙여놓고.

아…. 잠깐…. 분명 깔리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지 않았을까?

그럼 목도 다쳤겠지? 경추보호대! 안 부딪혀도 하자.

요구조자 말은 반은 믿고 반은 못 믿으니깐.

(한숨) 제발 머리, 가슴, 배는 괜찮아라, 괜찮아라.

어…. 만약 허벅지 쪽을 뭉갰다면….

아! 이것도 난리다. 아씨, 다 난리다.

일단…. 대퇴동맥이랑 발등동맥 만져보고….

경추고정하고, 골반 고정대하고, 깔린 다리 드레싱하고, 다 고정하고 아…. 무조건 외상센터로 가야 해. (한숨)

아아 맞아! 일단 바지부터 다 찢자.

인적 사항을 따고 자시고 뭐고 일단 바로 권역외상센터에 전화해야겠어.

지금 병상은 있겠지?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는 김행복 대원.

하지만 계속되는 상황실과 신고자와 전화.

새로운 정보가 없는 지령 내용.

똥줄(?)이 타는 행복 구급차는 현장과 가까워진다.

'나도 신고자랑 통화해서 상황을 알고 싶다고!'

[머릿속 사고의 흐름 끝]

온갖 생각이 머리를 휘저으며 돌아다닌다.

구급차는 현장에 도착한다.

이쁘게 정차해 있는 지게차.

도로 경계석에 발목을 붙잡고 앉아 있는 중년 여성.

전반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는 여성.

구급대원1은 구급차에서 서둘러 내려 지게차 주변을 둘러본다.

“엥? 아무도 없는데!”

그제야 곪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으허…. 다행이다. ㅜㅜㅜㅜㅜㅜㅜ”

김행복 대원이 다리를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다.

"신고자분 누구세요? 누가 지게차에 사람이 깔려있다고 신고했어요!?“

이른 새벽. 분노, 안도, 다행의 감정이 비벼져 있는 구급대원의 설움이 묻은 목소리가 시장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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