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30

“우리도 30번 신고 받으면 1번 보내는 거란다.”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행복시의 행복동 그리고 행복시의 소망동 경계에 빌라가 있다.

때로는 행복 119안전센터, 때로는 소망 119안전센터가 출동을 나간다.

그 빌라에는 하루에 2~3차례 '죽을 것 같은 호흡곤란'으로 119에 신고를 하는 60 후반 여성이 있다.

파킨슨 질환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여성.

항상 구급대원이 집에 도착하면 현관문을 열어준다.

할머니는 현관문을 열어주며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이런저런 부탁을 한다.

"창문 좀 닫아줘."

"약 봉투 가지고 와줘"

"수건 좀 줘."

여러 차례 할머니를 겪은 구급대원들이 잡일을 도와주며 말한다.

“이 정도 도와드렸으니, 이제 이런 일로 신고하시면 안 됩니다. 병원에는 또 안 갈 건가요?”

"병원 안 가. 질려."

"그럼 또 왜 신고했어요?"

구급대원에게 집안일을 시킬 때만 말을 잘하던 할머니는 항상 이 질문이 나오면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침상으로 가 천천히 몸을 눕는다.

이불을 덮어달라고 한다.

구급대원들은 누워있는 할머니의 활력징후를 체크한다.

활력징후 측정이 끝나자마자 할머니가 물어본다.

"혈압이랑 맥박은 어땨??"

"괜찮아요.“

“이제 오늘은 그만 신고하시죠 할머님.”

할머니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 으 @#$ 나도 이러기 @#$@#$ @#$%."

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구급대원들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공황장애 약 잘 챙겨 먹으시고, 119 신고할 긴급은 늘 아니니깐, 필요하면 택시 타고 가세요."

구급대원들이 철수 준비한다.

구급대원들이 장비를 들고 일어나자 바른 발음으로 말한다.

"어이구 벌써 가? 좀 더 이야기 좀 하고 가지."

며칠 후 할머니는 집 내부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고 신고했다.

주변 2개의 센터에서 소방 차량 5대가 출동했다.

며칠 후 할머니는 자신에게 갑자기 구역질이 있으니 임신 검사하러 병원에 가야겠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말을 잇지 못한다.

어느 날 행복동 주민센터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행복동 xx 빌라에 할머니가 숨쉬기 힘들다고 신고해달래요."

도착해보니 똑같은 할머니였다.

“할머니, 왜 주민센터에서 여기로 신고가 들어와요?”

어느 날 약국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약국에 할머니가 들어와선 119신고 요청'

도착해보니 이 할머니였다.

며칠 후.

김행복 대원은 상황실 선임자와 술 한잔을 기울이며 하소연을 했다.

“형, 아니 상황실은, 이 할머니, 상황 알면서 맨날 우리 보내는 거에요?”

상황실 선임자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한다.

“행복아, 어쩔 수 없어, 근데 그거 알아? 하루에 30번 신고해서 29번 구급차 못 보낸다고 끊고, 어쩔 수 없이 1번 보내는 거란다.”

이어서 말한다. “요즘은, 행복동사무소랑 주변 약국, 개인 병원에 가서 119 신고해달라고 그래…. 그리고 이런 사람이 행복동에만 있겠니?”

김행복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말한다.

“현장이 전쟁터면, 상황실은 전화 지옥이었군요?”

“그래, 그래서 다음엔 네가 여기로 한번 와라, 그럼 불만이 다 사라질 거다.”

“사직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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