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38

‘각박한 사회’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출동을 갔다 온 뒤 자리에 앉으려는데 진압대 선임자가 포스티잇을 주며 말한다.

포스트잇을 받은 김행복 대원이 물어본다.

"이게 뭐예요?"

"며칠 전에 자기가 구급 신고했는데, 환자가 어떤 상태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개인정보라 안된다고는 했거든? 혹시 몰라서 신고 시간이랑 신고 장소 같은 것들 적었어.“

이어 말한다.

"들어보니까 민원인(=전화한 사람)이 강아지랑 산책했대, 근데 건물 코너 돌기 전에 개가 갑자기 크게 짖었나 봐? 그때 코너를 돌던 아저씨가 개 소리에 놀라 넘어지며 엉덩방아 찧었고, 아저씨가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해서 불렀는데. 오늘 300만원을 합의금으로 달라고 했다더라고? 그러면서 뭐지? 뭐랬더라, 아! 그래. 그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서 전화했대."

포스트잇을 읽다가 선임자의 말을 듣던 김행복 대원이 대답한다.

"그니깐, 개 짖는 것 때문에 놀라서 자빠진 것으로 300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했다고 하는 거죠?"

【・ヘ・?】

"그렇지."

"그리고 견주는 전후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거고요?"

"응 그렇지, 목소리 들어보니 젊은 남자애 같은데, 울면서 이야기하더라. 어휴, 진상이다. 진상!"

김행복 대원에게 정보를 알려준 진압대 선임은 혀를 끌끌 차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김행복 대원은 해당 포스트잇에 적힌 기록을 토대로 기록된 구급활동일지를 찾아본다.

“이거네!”

읽으며 언짢은 표정과 함께 고개를 도리도리한다.

민원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출동 대원들에게 전화한다.

출동 대원에게 출동 신고와 장소를 말한다.

현재 민원인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출동 당시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듣는다.

내용을 정리 후 민원인에게 전화한다.

연결 신호음이 한 싸이클이 채 끝나기 전,

간절한, 애절한 남성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여보세요?"

김행복 대원이 수화기에 말한다.

"네. 구급대원이에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출동 갔다 오고 상황 파악하느라 좀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혹시 어떤 도움이 필요하셔서 그러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많이는 없을 것 같은데,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울먹이는 목소리)

"아…. 제가…. 며칠 전…. 행복 공원 옆 편의점 건물 앞에서 신고했는데요. 다친 아저씨 상태가 어땠는지 궁금해서요."

민원인에게 구급대원이 이어서 말한다.

"혹시 어디까지 보셨어요?"

"소방대원들이 도착해서,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병원 안 간다고 했다더라고요. 아저씨는 벌벌 떨다가 일어나서 절뚝이며 갈 길 갔고요. 저보고 번호 달라고 하고서요."

"보신 게 전부입니다. 제가 정확한 상태는 개인정보 때문에 말씀을 드릴 수는 없는데요. 그게 다예요."

(울컥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흑…. 그게 다예요?" ŏ̥̥̥̥םŏ̥̥̥̥

"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 입…."

민원인이 흐느껴 하기 시작한다.

"아저씨가 흑…. 자기가…. 오늘 300만원짜리 한약을 (울며) 먹었는데, 제 강아지 때문에 놀라서 심장도 아프다고 돈 달래요." ŏ̥̥̥̥םŏ̥̥̥̥

"............."

김행복 대원은 아무 말 하지 못한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혹시 대학생이에요? 여기 근처에 있는 XX 대학교요?"

"네."

(강아지 짖는 소리)

"음. 일단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해요. 어른들끼리 해결을 해야 할 일이네요."

"네…. 감사합니다…."

"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은 여기까지네요. 다른 궁금한 점 있으시면 여기로 전화 주세요."

"네….“

김행복 대원이 수화기를 원래 자리에 놓는다.

사무실에 정적이 흐른다.

몇몇 사무실 선임분들은 일어나 김행복 대원의 대화를 듣고 있다.

김행복 대원이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대딩 삥을 뜯네!? 아주, 아휴. 도둑놈이네.“ s (·`ヘ '·;) 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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