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대다수 자녀들은 걸음이 불편한 자기 부모를 모시고 외래로 간다.
외래 교수님의 진료를 보던 중 담당 교수님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이런저런 증상이 있으면 빨리 응급실로 오셔야 해요."
애석하게도 이런저런 증상은 노인들에게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당황한 자녀는 119 상황실에 이렇게 신고한다.
‘A 병원에서 오라고 함.’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보채듯 말한다.
“A 병원 교수님이 응급실로 빨리 오라고 했어요.” (`0´)
활력징후를 확인하며 구급대원들이 보호자에게 말한다.
“응급실에서도 확실히 오라고 한 건가요? 거기도 상황에 따라 자리 없거나 담당 교수님 없으면 진료가 힘들지도 몰라요.”
“이야기됐겠죠. 일단 그냥 빨리 출발해 주세요.” (`0´)
“확실하게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갔는데 허탕하면, 지금 퇴근 시간이라 다른 병원 가기 힘들어요 차 많이 막혀서.”
언성을 높이며 단호하게 보호자가 말한다.
“일단은 저 믿고 가주세요. A 병원 내분비내과, 김매균 교수님을 내가 5년 봤어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듣고 싶은 것만, 아는 것만 아는 보호자.
구급대원은 더 이상 보호자와 대화가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별말 없이 A 병원 응급실로 출발하자고 한다.
구급대원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A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 버튼을 누른다.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와 활력징후, 과거력 등을 A 병원 응급실 의료진에게 전달하다가 마지막에 묻는다.
“선생님, 혹시 이 환자분 성함이 김복순님이고 35년 7월 9일 생이시거든요? 선생님네 병원에서 오라고 어그리(동의) 됐어요?” (ಠ_ಠ)
듣던 간호사가 말한다.
“그런 연락 받은 적 없어요, 선생님. 그리고 지금 해당과 교수님이 안 계시고 시술이 불가해서요, 내일 아침 9시에 오셔야 해요. 과장님이, 지금 오셔도 내일 아침까지 특별하게 할 것 없으니까 주변 병원에서 혈액검사라도…. (이하생략)”
구급대원은 전화를 끊는다.
보호자를 물끄러미 보며 상황을 이야기한다.
설명을 들은 보호자가 구급대원을 향해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그러다 투덜거리며 말한다. 【・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김행복 대원이 물끄러미 보호자의 얼굴을 본다.
말을 잇지 않고 마스크 안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エ) ̄*)
※ 구급차는 환자가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 과거 진료 때 외래 의사 선생님이 오라고 했다고 해서 무조건 응급의학과에서 받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구급대원들을 하대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