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따뜻할 걸’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금요일 밤 10시.
행복 119안전 센터로 신고가 들어온다.
‘[경찰공동대응] 20대 남성 자살 시도, 행복지구대에 앉아 있음.’
김행복 대원이 구급차 안에서 투덜대며 말한다. ( `ε´ )
“요즘, 애들 진짜 너무 심해요. 젊은 애들이 더.”
행복 구급대는 행복지구대 주차장에 도착한다.
지구대 안으로 들어간다.
행복지구대 경찰관분들이 구급대원들에게 인사한다.
지구대 구석
고등학생 외모의 왜소한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마치 죽을죄를 지은 것 같은, 마치 세상 모두에게 버림을 받은 것 같은 표정.
김행복 대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간다.
그리고 사무적인 친절한 말투로 말한다. ( •̀_•́ )
“환자분, 저 좀 보셔요.”
남성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팅팅 부어있는 남성의 눈.
“어디 다친 데 있어요?”
남성이 고개를 양옆으로 저으며, 다시 천천히 숙인다.
옆에 있던 경찰관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구급대원1에게 조심스레 말한다.
“음…. 여기 남성분이 직접 찾아왔어요. 자기 자살하고 싶다고. 혼자 있으면 죽을 것 같다고요. 들어보니까 콘센트 줄로 묶다가 포기하고 왔다고 하네요.”
경찰관의 말을 듣던 김행복 대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_☉)
목을 가다듬고, 아까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말투로 남성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움 요청하신 거 잘하신 거예요. 고마워요. 우리, 자세한 거는 구급차 안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하고, 같이 병원 진료라도 봐야 할 것 같네요. 도와드릴 테니까 자리 옮기실까요?”
(。•́︿•̀。)
구급대원1이 수십 분 동안 환자의 친구처럼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구급대원2와 운전원이 환자의 신체, 활력징후를 검사한다.
경찰에게 젊은 남성의 인적 사항을 얻는다.
행복 구급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보자고 한다.
구급대원들과 대화 중에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성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일어난다.
구급대원들과 나란히 걸으며 구급차로 향한다.
지구대 밖으로 나가기 전 지구대 안의 경찰관들에게 가벼운 목인사를 한다.
카운터(?)에 앉은 경찰관이 친절히 웃으며 남성에게 인사한다.
“치료 잘 받으세요.”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
남성은 구급대원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도 하기 시작한다.
김행복 대원과 후임 대원은 ‘문진’보다 ‘경청’을 목적으로 남성과 이야기한다.
생활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 시도한 남성.
용기 내어 신고해 준 점을 감사하다고 말하며 구급대원1이 말을 이어간다.
“자살 시도에 대해 진료를 보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보아야 해요. 그런데, 보통, 병원 측에서 보호자를 모실 수 있으면 모시고 오라고 하거든요? 혹시 가족 있어요?”
구급대원1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성이 다시 고개를 숙인다.
표정에 짙은 안개가 끼듯 어두워진다.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흑흑…. 부모님 없어요. 가족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김행복 대원이 눈치 없이 말한다.
“친척도 없어요?”
남성은 울며 천천히 고개를 양옆으로 흔든다.
소매로 눈을 닦는다.
서럽게 우는 환자를 보며 구급대원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 ¯Д¯)
행복 구급차가 병원 앞에 도착한다.
병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단정하게 옷을 입은 중년 여성 몇몇이 이 기다렸다는 듯 구급차 창문을 두드린다.
김행복 대원은 구급차 창문을 밀어 열며 말한다.
“누구세요?”
중년 여성들은 환자의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며 자신을 어떤 시설의 관계자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구급대원들에게 물어본다.
“잠깐, 구급차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구급대원1은 얼떨결에 구급차 문을 열어준다.
구급대원1, 2가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린다.
중년 여성이 구급차로 들어가자마자 남성을 따듯하게 안아준다.
영문을 모르는 구급대원들은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다.
눈시울이 붉힌 한 중년 여성이 말한다.
“보육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예전에도 이런 실수를 해서 병원에 같이 갔었는데…. (이하 생략)”
'보육원'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김행복 대원과 후임 대원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멍한 표정을 짓는다.
( ꒪⌓꒪)
환자를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한다.
환자의 과거력, 구체적인 자살 시도 방법, 횟수, 보호자 등.
인계를 마친 김행복 대원은 응급실 침상에 누워있는 남성에게 다시 다가가 좁고 왜소한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며 말한다.
“민형씨, 누구나 실수는 해요.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에는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ᴗ❛∗)◞
"감사합니다."
"저희는 가볼게요."
구급대원들이 가벼운 목인사 후 환자를 등지고 응급실 밖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들이 구급대원들을 보자 일어나 정중한 목인사를 한다.
구급대원들도 앞으로 걸으며 정중한 목인사를 한다.
행복 구급차가 사무실로 향한다,
“하…. 진짜…. '왜 자살 시도 했어요?'라고 딱딱하게 물어본 내가 원망스럽다, 틱틱 거렸 던 나도 창피하고.”
구급대원2가 위로한다.
구급대원1이 보조석 창문으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