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53

‘할머니 업고 튀어!’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벌집제거 출동이 많은 시즌이 있다.

약 18시 무렵, 행복 119안전센터로 출동 지령이 들어 온다.

'아내 벌 쏘임, 어지럽다고 함.'


김행복 대원이 운전대를 잡는다.

보조석에 탄 후임 구급대원이 지도를 보며 말한다.

“여↗기가 사람이 자주 다닐 곳이 아닌데↘?"

운전하다가 지도를 흘깃 보며 김행복 대원이 말한다.

“여기 아파트 뒤, 야산이잖아? 여기에 올라가는 길이 있었나?”

아파트와 산 사이, 오르막 샛길에 겨우 주차한 행복 구급차.

구급대원들이 차에서 내린다.

장비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할아버지가 약 샛길보다 2m 높은 언덕 위에서 다급하게 손짓한다.

“여기에유! 여기!”

구급대원들은 언덕 높이 있는 할아버지를 보며 크게 말한다.

“으르신!! 어디로 가야 해요?”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래로 쭈우욱 내려오다 보믄 돌계단 있어유!”

구급대원들이 할아버지가 가리켰던 곳으로 간다.

김행복 대원이 돌 오르막길을 보며 말한다.

“이거 계단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자주 다니면서 생긴 돌길이잖아!?” (⊙_☉)

약 3m 높이의 가파른 오르막 돌길을 구급대원들이 끙끙대며 올라간다.

김행복 대원이 투덜대며 말한다.

“아니 이 날씨에 어르신들이 여길 어떻게 올라갔지!?” (°ロ°) !

오르막길을 모두 올라간 구급대원들이 할아버지가 있던 곳을 찾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구급대원1이 주변의 밭을 보며 투덜댄다.

“아니, 아파트 뒤 야산 언덕에, 무슨 밭이 있냐!?”

빠른 걸음으로 더 걸어가자 낡은 천막이 보이는 곳으로 구급대원들이 자연스럽게 뛰어간다.

앞서가던 구급대원2가 말한다.

“반장님, 저기 마루에 할머니 있↗어요.↘”

김행복 대원이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푹'

물과 진흙이 섞인 웅덩이에 김행복 대원의 발목이 빠진다.

“악! 아잇!”

“반장님, 괜찮으세요?”

앞에서 가방을 들고 가던 구급대원2가 뒤돌아보며 물어본다.

김행복 대원이 발목을 진흙에서 빼 발을 털고 곧장 따라간다.

낡은 천막 아래 누워있는, 창백한, 식은땀이 잔뜩인 할머니의 모습.

누워있는 할머니를 일으키려 김행복 대원이 할머니의 뒷목을 잡는다.

김행복 대원이 할머니를 일으켜 앉히며 말한다.

“최선아, 몸도 차갑다. 샥(shock)인 거 같아.”

활력징후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려던 구급대원2에게 말한다.

“아나필락틱 샥인 것 같다. 그냥 바로 업고 내려갈까.”

구급대원2가 다시 장비를 가방에 넣으며 할머니에게 말한다.

“할머니, 우리 저기 언덕에서 내려가야 해요. 걸을 수 있겠어요?”

할머니는 창백한 얼굴로 눈도 뜨지 못한 채 중얼거린다.

“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구급대원1이 구급대원2에게 말한다.

“내가 업고 갈게, 어르신 내 등에 업혀 줘.”

할머니가 앉아 있는 평상, 김행복 대원은 평상 아래에 쭈그려 앉아 업을 준비를 한다.

쭈그린 채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할아버지, 벌은 어디서 쏘였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천연덕스럽게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손가락을 천장을 향해 가리키면서 말한다.

“이이, 여기 위요.” (^◡^)っ

김행복 대원이 쭈그려 앉은 상태로 천막의 천장을 본다.

구급대원2도 동시에 천장을 쳐다본다.

벌이 우르르 몰려 있는 벌집 덩어리

천막 아래 벌집의 모습




김행복 대원이 벌을 보자 겁먹은 표정으로 말한다.

“아!! 할아버지, 진즉 말해야죠! 어서 나가야 해요 어서, 어서!” (╬◣д◢)

할아버지와 구급대원2의 부축으로 할머니는 구급대원1 등에 업힌다.

할머니가 등에 업히자, 할머니의 식은땀이 구급대원1의 등과 목 위로 떨어진다다.

등에 업히자 할머니가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해요…. 미안해….”

김행복 대원은 서둘러 할머니를 업고 튀다시피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직전에 빠졌던 진흙밭, 검은 비닐로 쌓여 있는 고추밭의 도랑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간다.

할머니가 전보다 죽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말을 잇지 못한다.

“미아 내…. ㅇ...”

앞서가던 구급대원2에게 구급대원1이 큰 소리로 말한다.

“구급차 먼저 가서! 문 열고, 주 들것 빼놓고 있어 줘.”

김행복 대원이 의식이 사라지는 듯한 할머니를 업고 뛰어가듯 앞서간다.

앞서가며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할머니, 아이!! 정신 차려요! 정신 차려!”

그러다가 말한다.

“할머니, 아들 있어요? 응? 아들요.”

할머니가 답이 없자 할머니의 엉덩이를 세게 꼬집는다.

할머니가 신음하며 말한다.

“아파….”

“할머니, 아들 있어요?”

“예…. 있…. 지요….”

“아들 뭐해요?”

“어, 그. 아들…. 병원에서 일…. 허지….”

구급대원1이 빠른 걸음으로 가며 할머니에게 말한다.

“병원요? 의사인가 보네? 자랑스럽겠네요, 그쵸?”

김행복 대원이 투덜거린다.

“왜 이렇게 가는 길이 멀어!?”

할머니가 기는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한다.

“하…. 물리치료요…. 병원서... 무거운디…. 미안해….”

맺음말이 점차 흐려지는 할머니의 말에 구급대원1이 말을 건다.

“그, 그럼 병원에서 일하는 건 맞네, 어디 병원이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김행복 대원이 올라오며 투덜댔던 오르막길이 보인다.

구급대원1이 허벅지에 힘을 주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려온다.

구급대원2가 돌계단 아래에서 구급대원1을 기다린다.

구급대원들이 할머니를 구급차의 주들 것에 옮기고 금방 구급차로 밀어 넣는다.

김행복 대원이 운전석에 들어가 악셀을 밟는다.

행복 구급차가 근방 A 병원에 도착한다.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인한다.

김행복 대원이 구급차에 타며 말한다.

“혈압 몇이었어? 정신없어서 못 들었어.”

“80대였어요. 병원에서 받아 줘서 다행이에요.”

김행복 대원이 물을 꿀떡꿀떡 마시고 이어 말한다.


“하…. 영화의 한 장면이었어, 그 있잖아?, 산에 조난당해가지고, ”자지마!“라며 동료 깨우는 장면 있잖아, (한숨을 쉬며) 휴…. 그래도 이런 영화 주인공은 싫다, 앞으로도.” (ಠ_ಠ)


※ 산에서 활동할 때 항상 주변에 벌들이 있는지 신경씁시다. 벌들이 있을 경우 현장에서 빨리 이탈합시다.

※ 벌에 쏘인 후 호흡곤란, 피부 발적, 발진, 창백함, 식은 땀이 난다면 서둘러 119에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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