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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거지식소매상 Dec 19. 2018

한국의 주거문화(3)_아파트 광고... 그 불편한 진실

The uncomfortable truth of APT ad.

오마이뉴스 기재 글 참조.(수정 2018.12.19.)


우리 주변 도시공간 어디에도 광고가 없는 곳은 없다. 도시의 활발한 상업가로는 물론이고 동네의 조그만 귀퉁이 어디에도 광고가 있기 마련이다. 어디를 걷든 어디를 보든 주변에는 자기의 가치를 뽐내거나 드러내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광고들로 가득 차 있다. 광고는 불특정다수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존재, 특징, 편익성을 제시하고 설득하여 소비자의 욕구나 필요를 자극함으로써 구매행동을 촉진시키는 비대면적 유료커뮤니케이션으로 정의된다(정어루지, 광고윤리론, 1996). 그 중 아파트광고는 아파트라는 상품의 특징과 맞물려 그 시대의 수요, 공급, 정책, 경제, 정치 등 여러 전반적인 사회현상과 관계맺고 있으며 공공재라는 특수성과 고가(高價)라는 특가성(特價性)도 가지고 있다.     



인쇄매체에서 영상매체로,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상품위주로


초기 아파트광고는 TV가 보편화 되기 이전 인쇄매체를 통해 홍보되었다. 그 내용도 시공사의 정보, 아파트 평형, 평형별 내부 모습, 아파트 단지 조감도 등으로 단위세대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 컬러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광고는 영상매체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기존 광고내용에 모델하우스나 분양사무소 위치, 연락처 등이 추가되었다. 1990년대 들어 민간아파트 건설의 증가, 미분양사태, 소비자 의식의 변화 등으로 그 이전과는 다른 새롭고 다양한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우리의 아파트는 공급자 중심의 물리적 피사체의 개념에서 소비자 중심의 주거상품화의 개념으로 변모하였다. 광고 또한 과거의 단편적 정보의 제공을 넘어 드라마 형식의 광고, 추상적·상징적 광고, 브랜드 광고 등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아파트 광고의 발전은 우리 주거의 질을 높인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대중들의 주거 균질화, 주거공간의 폐쇄성 확장 등 여러 문제점도 함께 나타났다.  


시대별 아파트 광고의 변화



아파트광고에 숨은 불편한 진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관련 하자소송건수는 2003년 6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7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여 2008년에는 290건으로 거의 5배 정도 증가하였다. 2009년 설치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9건이던 하자심사 신청건수는 2012년 836건, 2013년 1954건, 2015년 4244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2016년 3880건, 2017년 4087건으로 매일 평균적으로 10건 이상의 하자신청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동주택 보급률 확대와 최초 기업이 광고한 품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금전적 이익추구를 위한 기획소송이 증가한 원인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송은 차치하더라도 일반적인 허위, 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세권이라고 해놓고 역이 들어오지 않는다던지 송전탑이 지중화될 것이라고 광고해놓고 아직 어떠한 확정도 없다던지, 배치도와 조감도의 왜곡, 인동간격의 축소, 녹지 및 공원의 확장, 실제 중요 상황이나 문제점 은폐 등 많은 사례에서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과거 역세권 인근 아파트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통로개설 공사의 경우 보통 지하철 공사는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단가가 높은 광고비를 책정하여 조합에게 그 비용을 일부 전가한 사례도 있다. 조합의 입장에서는 광고보상비를 일부 지불함으로써 아파트 가격을 높일 수 있고 지하철공사는 통로개설공사 비용을 일부 충당할 수 있어 두 조직 모두 암암리에 용인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암묵적 결탁에는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다. 가까이는 역세권 인근 아파트에 살지 않는 주민이 역을 이용할 때 동선이 어긋나거나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상권의 형성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파트 광고의 경우 신문에서는 1면 전면분양광고를 내거나 TV에서는 황금시간대에 아파트 브랜드 광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 광고 속에는 소비자나 대중이 진짜 알아야 하는 주택청약이나 분양가격, 옵션 등 가장 기본적인 알맹이는 빠진 채 아파트의 형상을 이미지한 껍데기만 난무할 뿐이다. 과거 1960-80년대 분양광고를 보면 세부적인 분양관련 내용이 상세하게 실려 있던 것이 현재는 이미지나 단편적인 정보의 부각에 치중함으로써 아파트 정보에 대한 왜곡을 가져왔다. 결국 아파트의 질적 품질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그 세부적인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은 소비자중심이 아닌 공급자위주의 상품중심으로 변질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광고의 권력추종 메커니즘


신문에서 아파트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여타 광고에 비해 그 금액이나 파급력에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건설회사는 이러한 광고라는 변칙된 투자를 언론에 지원함으로써 그 이면에는 부동산시장이나 아파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왜곡하여 대중을 세뇌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거대 언론과 대기업으로 대표하는 경제주체, 관료 등 모든 각계 각층의 권력자들이 대중을 속이거나 훈육할 수 있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어느 개그 프로의 ‘불편한 진실’처럼 우리의 부동산 및 아파트 관련 메커니즘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런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어디에서 그러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묵시록을 통해 광고의 기호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즉 현대사회는 소비사회이며 그것은 철저히 교환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지배되고 사회는 필수품이 아닌 욕망을 자극하는 물건을 생산하고 그것을 광고하는 매체는 기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광고는 소비자가 기호를 욕망하고 소비하게 함으로써 잉여의 소비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잉여의 소비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 시대가 고민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부족, 정치 불신 등 이 모든 것이 잉여문화라고 할 만큼 그 바탕에는 ‘쓰고 나고 남은 것’ 즉 나머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잉여를 어떻게 사회가 모니터링하고 핸드링함에 따라 그 사회는 선진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빠지기도 한다.

아파트광고 이면에는 권력이 있고 돈이 있고 그들만의 거래가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우리의 주거문화가 재산증식의 수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러한 아파트 관련 메커니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항상 있어야할 사람을 위한 공간, 사람이 살기 좋은 아파트는 온데간데 없고 돈과 개별 이익이 판을 치니 그 속에 아파트의 공공성이 생겨 날리 만무하다. 문득 우리의 아파트광고가 나태주님의 시구절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일려면 얼마만큼의 관심과 시간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파트광고에 감춰진 주거문화


아파트광고에 나타난 잉여의 소비를 통해 우리의 주거문화는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다. 동시대의 소비자의 요구와 시대상황, 정치·경제적 여건에 의해 특징화된 아파트광고는 주거라는 아파트 본연의 위치를 넘어서 그 이면에는 재산증식의 수단, 권력추종 메커니즘, 주거 균질화  등 여러 주거문화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광고를 통해 홍보되어 지는 공간을 같이 점유함으로써 서로의 사회적 계층과 위치를 고착화시키고 있으며, 주거공간의 생활범주가 단위세대공간에서 단지 규모로 확대됨으로써 주거공간 인식의 폐쇄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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