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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거지식소매상 Feb 18. 2019

한국의 주거문화(4)_전세(傳貰)제도의 미래

The Future of Chonsei System 

오마이뉴스 기재 글 참조.(수정 2019.2.18.)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을 소유하고도 다른 주택에 전세(傳貰)나 월세로 거주하는 중장년 가구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보유가구가 늘어난 것은 이전까지 경험한 학습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학습을 통해 주택보유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자기가 살아야 하는 주거는 대부분 전세나 월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국적 특수성이 내재한 임대시장의 현황과 특징을 통해 변화하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고찰하고 장소적 공간으로서의 주거공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대한민국 임대시장의 현황


우리나라 주택 임대차시장은 대표적으로 전세와 (보증부)월세로 나누어진다.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신규계약에서 전세와 (보증부)월세의 비율은 대략 6:4내지 5:5정도이나 2000년대 이후 전세가 줄고 (보증부)월세의 비율이 늘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직장이나 자녀문제 등으로 이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한되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전세로 받아서 목돈을 굴려 투자를 하기 보다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올리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 그러나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고도 주택 구매시 발생한 부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유 주택의 임대보증금을 대출 상환에 활용하는 전세제도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하여 수도권의 전세가율은 한 때 90%에 육박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이는 ‘갭투자’라는 기법으로 소개되어 적은 비용으로 주택을 소유하여 집값 상승기에 시세차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투자/투기 목적의 주택에 대한 가수요는 부동산시장의 왜곡을 가져왔고, 비상식적인 주택시장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와 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렇게 물고 물리는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부동산 침체기나 가격급등기에 빚을 지고 집을 소유한 가구는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압박에 시달리게 됐고, 이런 저런 이유로 임차를 선택하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주택정책에 따라 최근의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세입자는 ‘깡통전세’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존의 주택시스템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최근에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세시장의 형성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계약형태로 주택가격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맡기고 일정 계약기간동안 집을 임대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세제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1876년 병자수호조약(강화도조약)에 따른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류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주장과 추수가 끝나는 시점에서 생산물이 한 번에 이루어진 농경사회의 특징에 기반해, 근대화과정에서 도시로 이주한 이농가구들이 안정적 주거권 확보를 위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도 ‘세매(貰賣)’라는 형태로 지금의 전세제도가 존재했었고, 1910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관습조사보고서>에 조선인의 일반적인 주거형태가 전세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전세제도에서 보다 주목할 점은 전세제도를 가능하게 한 주택금융시장의 여건 변화로 보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 집주인은 과거 주택금융시장의 미발달로 주택자금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구입시 필요한 자금을 세입자로부터 제한적으로 확보할 수 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높은 이자율로 인해 전세를 (보증부)월세 보다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물론 전세나 (보증부)월세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합의에 의한 개별적 계약임을 감안할 때 각 주체가 더 높은 편익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 주택금융의 활성화와 낮은 금리로 인해 임대인은 전세보다는 (보증부)월세를 선호하게 되었고 임차인은 자산과 소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전세자금 대출이나 (보증부)월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인구의 감소, 가구의 변화, 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 등 과거와 다른 시장 상황에서 과거의 일방향적이고 공급자 우위의 주택시스템은 지속할 수 있을까? 지속할 수 없다면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주택서비스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할까?



욕망을 소비하는 서비스로의 전환


산업화시대에 부동산 활황에 따른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에 대해 지금의 대중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과연 집값이 오를까?”, “집을 꼭 가져야만 하는가?” 등등... 

이로 인해 주택시장은 서서히 소유에서 임대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그 속에는 임대를 통한 고객과의 관계 설정이 자리한다. 앞으로 임대시장은 기존의 일회적 계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지속적 관계가 중시되는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물건 자체에 대한 거래의 중요성이 높았던 반면 앞으로는 그 쓰임에 대한 가치가 더 중요한 아이콘이 될 것이다. 

대중들이 운동화를 사고 싶은 이유는 물건 자체를 가지고 싶다기 보다는 이제는 그저 “땅 위를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것을 착용하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이미지를 추가하면서 다차원적 마케팅으로 변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강화에 따른 경험의 접속


현대사회는 네트워크의 접속을 통해 경험을 서비스하고 공간보다는 시간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과거 공간을 점유하는 ‘소유’라는 사유재산의 한계를 넘어서 시간을 모니터링해주는 ‘임대’라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일상 주거공간의 경험을 시간화하려는 욕망이 커지고 있다. 장소에 대한 갈망보다는 시간에 대한 자유와 욕망이 더 크다. 삶의 질 측면에서도 기존의 소유보다는 임대가 더욱 전문화되고 시스템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네트워크 구조를 단기간에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본다면, 임대시장은 경험의 상품화를 통해 생활방식을 판매하는 서비스 네트워크로 발전할 것이고 이는 대중이 누리게 되는 경험을 판매하는 것으로 진화할 것이다.      



사는 것(物)이 아니라 사는 곳(場)으로 


한국적 주택시장의 상황과 여러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소비자 중심의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전세제도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 개인간의 전세 금융을 제도권 금융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주택 전 유형에 대한 공적인 전세 정보체계를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주택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세제 개편을 통해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새로운 주택의 공급 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택공급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적 특수성이 내재한 전세 임대계약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주거문화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거래되는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우리의 생활공간을 담을 수 있는 ‘사는 곳’이라는 장소로 거듭나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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