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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3. 2023

토마스 만 '트리스탄'

아름답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의 기쁨을 잠시 엿본 듯했다. 헤세의 소설을 읽고 문장을 쓸 줄 아는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토마스 만의 글을 읽으니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약 한 달 동안 소설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렇다 삶은 우연을 통해 이뤄져 있다. 그러니 우연을 거부하지 말자. 토마스만의 <트리스탄>을 읽게 됐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것을 토마스 만은 자기답게 표현해냈다.

 

사람들은 생존과 밥그릇에 목숨을 거는 듯하다. 최근 들어 그 경향은 더 심해졌다. 특히 현대 한국은 헬조선으로 불리며 그 모습이 극에 달해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졸데 역의 남편처럼 다들 그렇게 돈만 앞세우며, 부유해지기를 원하며, 단순하게 산다.

 

반면 트리스탄 역의 슈피넬은 다르다. 그가 외양적으로 멋진 남자로 묘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정신과 글을 품은 사람답게, 아름다운 내면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석의 가치를 진정으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에 이졸데가 등장한다. 그녀는 부유한 상인의 아내 역으로 등장한다. 처녀 시절 예술적 재능이 다소 있었으나, 몰락하는 가문에 속한 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오로지 취미의 열정으로 빠져 있곤 했다. 그녀 앞에 부유한 남자가 나타나 청혼을 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그녀는 가문을 생각해서였는지 그 청혼을 승낙했다. 그것은 의외였고, 그녀 말로는 자연을 따르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아이를 낳고, 병에 걸렸다. 처음에는 간단한 기관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남편과 함께 유명한 박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찾아오게 된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우연히, 그렇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슈피넬이라는 창백한 얼굴을 지닌, 소설가를 준비하는 남자를 만난다. 뭐 소설에서 대단한 사건과 이야기는 펼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토마스 만은 그답게, 즉 고상하며 유려하게 혹은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둘의 만남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보석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은 진정으로 빛날 수 있다. 그녀의 내면에 지닌 아름다운 예술적 혼을 슈피넬이라는 트리스탄이 알아봐 준 것이다. 그렇게 둘은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를 펼쳐 낸다.

 

그 이야기는 직접 소설로 읽고,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슈피넬의 용기에 관해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원문에는 이렇게 나온다. “이것이 사랑인가? 사랑 때문이라면 지옥에 떨어져도 좋다.” 그렇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사자의 대가리 속에 머리를 쳐 넣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 슈피넬은 행동했다.

 

사람들은 번잡하다. 하루를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 채 정신없이 살고, 시끄럽다.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나누고, 잡담으로 하루는 부패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그들은 정신적 가치나 예술적 승화 및 삶을 고양시키려 하지 않는다.

 

토마스 만은 이 소설에서 그 가치를 보여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보이는 것 영역 이상의 모습으로 이뤄져 있다. 인생은 먹고 마시는 저잣거리의 행동 이상이다. 오직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깊이 침잠하는 사람에게, 인생은 자신의 비밀을 보여주는 법이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없다. 이것은 수천 년 동안 철학자들이 탐구해 얻은 결론이다. 하지만, 토마스 만은 신화에 빗대어 우리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그 장면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기성의 세속적인 삶은 시시하다. 우리 좀 더 영적으로 진화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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