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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3. 2023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인 헤세의 <데미안>을 우연히 읽었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소문만 무성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헤세가 이 책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바른 세계에 속한 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쾌락과 본능에 따르는 이상한 세계가 다가온다. 그는 그게 무서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는 감수성이 예리하고, 호기심이 많은 소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다 우연히 두렵고, 거부할 수 없는 힘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것으로부터 그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비굴해지기도 하고, 겁을 먹은 체 울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데미안이다.

 

난 이 책의 도입부를 내 식대로 이해한다. 우리는 어려서 부모의 양육을 받으며, 기성 사회에 편입한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고, 자신에 눈을 뜨면서, 자신에게 재밌는 것 하지만 사회가 금기 하는 것과 만나게 된다. 싱클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이의 세계에서 이제 웃자라 청소년의 세계, 더 나아가 어른의 세계를 만나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그것은 그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때 구원자가 등장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구원자란 이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게 데미안이기도 하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베아트리체이기도 할 테고, 술주정뱅이 음악가이기도 할 거다. 그러면 그들이 우리의 앞길을 열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은 책에서 말한다. 그대의 천복을 발견했다면, 즉 가슴 떨리는 길을 발견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그 길을 가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조언과 액막이를 주고, 혹은 아리아드네라는 여인이 나타나 실타래를 줄 수도 있다. 또한 그 길을 가다 보면 다양한 괴물을 만나기도 할 거다. 그런데 염려할 것 없다. 용기 있는 마음을 지니고, 괴물과 맞짱을 뜰 자신감만 있으면 우리는 언제라도 승리할 것이다. 그에 대한 보답은 당사자에게 지혜로 주어지기도 하고, 의술을 전수 받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행이 싱클레어는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도와주었다. 사실 그것보다는 싱클레어가 마음을 열고, 용기 있게 앞으로 전진했기에 그에게는 수많은 별이 빛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의 관점에서 이해했다. 새가 깨어나려면 알을 깨고 나와야 하듯이, 우리도 어른이 되려면, 아이 때의 모습으로부터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밝음과 어둠, 남성과 여성, 이성과 본능 등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양면성을 통합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주인공 싱클레어는 결국에 가서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난다. 에바 부인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그녀에게서 인생의 비밀을 깨우치고 실마리를 얻는다. 


에바 부인은 모성적이면서 부성적인 존재다. 융이 말하는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통합을 이룬 모습이다. 헤세는 그의 논문 <신학단상>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덧없고, 우리는 형성 도중이며, 우리는 가능성이다. 우리는 완벽하거나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잠재 상태에서 행동으로, 가능성에서 실현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참 존재에 속하게 되며, 완전한 것, 신적인 것에 조금이나마 닮게 되는데, 이것을 자기실현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 본다.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양한 우연에 우리를 열어두는 일이다. 싱클레어도 타락하기도 하고, 탕자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를 천재라 여기기도 했고, 미치광이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타락해가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한 마디를 했다. 대략 적으면 “훌륭한 성자들은 모두 쾌락과 탕자의 길을 걸었고, 그것이 성자가 되는 예비된 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이의 마인드에서 어른으로 태도로 탈바꿈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수한 공상과 망상 그리고 실수와 시행착오를 실제로 겪으면서였다.

 

데미안에서 헤세가 우리들에게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끊임없는 고뇌와 방황의 과정을 거쳐, 튼튼한 성인으로 재탄생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헤세는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빌어 책 속에 많은 내용을 적어 두었다. 나는 헤세가 영원히 살아 있는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의 책에 보면 청년기에 우리가 겪는 번민과 고민을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들에게 그리고 자신을 재탄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헤세의 소설을 읽기를 강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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