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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3. 2023

두 번째 산

요즘 기운이 없고, 우울했다. 책도 읽히지 않고, 여행을 가도 전혀 즐기지를 못했다. 인생이 말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더 고꾸라질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나에게는 좋은 상담가 선생님이 계셔서 넘어지지는 않고, 휘청거리며 현재를 걷고 있다.

 

그러던 시기에 우연히 서점에 들러 책을 건성으로 살피다가 이 책과 만났다. 저자는 유명한 일간지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했고, 방송인으로도 알려졌다. 우리에게는 2000년대 초반 <보보스>라는 책으로 알려지기도 한 인물이다.

 

난 이 책이 끌린 이유가 처음에는 실패한 인생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실패한 시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난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대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번째 산>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첫 번째 인생은 우리에게 주입된 삶의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 첫 번째 삶에서부터 고꾸라지는 나 같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 과제를 완수하고도 그들 스스로는 전혀 행복하고, 즐겁지 않은 것이다. 이게 이 책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고, 우리를 설득하는 포인트다.

 

책을 읽으며 난 <Good to Great>란 경영서가 떠올랐다. 좋은 기업이면 되지 왜 훌륭한 기업이어야 하는 독자의 질문에 짐 콜린스라는 저자는 대략 이렇게 말한다. “좋은 기업은 많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기업이 되면 보다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고, 영속적인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는 것이 첫 번째 산을 오르는 것도 물론 가치가 있다. 그런데 두 번째 삶의 과제를 받아들이면 직업이 아니라 천직이 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헌신하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크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 한다.

 

미용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 일을 천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것을 뛰어넘어, 주변의 노숙자를 위해 머리를 깎아주기도 하고, 이웃의 소외된 자들을 향해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미용을 활용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매우 밝아졌다. 앞으로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매우 분명한 계시를 받은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그냥 일로써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난 내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일하며 살고 싶다. 그게 내게는 천직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 미용사처럼 살아가고 싶다.

 

또한, 책에서는 현대 문화의 주류인 개인주의적인 삶을 비판하고, 그것에 관한 대안으로 공동체적인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의 본질은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우리는 함께 나누고, 어울리고 할 때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이것을 혹독하고 뼈아프게 겪어야 했다. 나의 부모님은 우리 남매에게 안정적인 울타리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와 형제들은 마음의 고통으로 많이 앓았다. 더욱이 나는 혼자 외떨어져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 청소년 때부터 친구들을 멀리하더니, 대학에 와서도 결국 혼자 남겨졌다. 그 이후에는 다행히 직장 생활을 하며 좋은 선배를 만나고, 나의 상담가 선생님도 만나는 행운을 가졌지만, 그때까지 나는 혼자서 외롭게 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위처럼 외로운 인생을 살아온 나는 앞으로는 더욱 온정적인 삶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할 때 사람들이 더욱 마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맹자도 말했듯이 우리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기 위해’ 독서를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두 번째 삶> 이 책을 읽는 기쁨은 컸다. 길을 잃은 내게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커서 우선 좋았고, 이 정도의 책을 써낸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삶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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