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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3. 2023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이 책의 절반까지 읽고, 놀라운 책으로 평했는데, 끝까지 읽을 후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용이라 여겼다. 또한,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법정스님의 책이나 종교 책을 읽으며 파편화되어 있던 내 생각을 한 데로 모아주었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읽을 당시에는 너무 대단한 통찰력을 내게 줘, 난 이 책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읽은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으로도 꼽고 있다. 난 주로 머리로 이해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책은 예를 들면 학자로 나를 쌓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요즘 머리로 살아가는 것에 지친 나는, 감성을 깨울 수 있는 책이나 사건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시집을 보며 감성이 깨어나는 나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저자는 영국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고 교사를 1년 한 뒤 그만하고, 스님이 된 것으로 안다. 책 소개에는 이렇게 나온다. 17살에 불교 관련 서적을 읽고, 자신은 이 생에서 불교도로 살아가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다. 그렇게 스물세 살에 승려가 되고, 우연찮은 기회에 태국의 유명한 스님으로 알려진 아잔 차 스승을 찾아가게 됐다. 3일간 머물려고 했던 시간이, 9년을 스승 밑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책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부제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08가지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많은 우화 및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위대한 스승 밑에서 수행을 하고 공부를 하였는데, 왜 어떤 특정 인물만이 위대한 승려가 되느냐는 저자의 탐구적 물음이었다. 거기에 관한 저자의 답변이 놀라운데, 살아오며 고통을 많이 겪은 만큼 혹은 짐을 많이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이 그에 비례해 지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되는 게 아니라 그 고통이나 짐을 해결하고 내려놓은 만큼 말이다.

 

책에 처음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저자가 우연히 호주 외지 마을에 절을 짓기 시작했는데, 벽부터 쌓았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른 상태로 시작해서 힘들게 그 일을 했다고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벽을 모두 쌓았다. 그런데 성취감도 잠시였고, 벽을 살펴보니 잘못 쌓은 벽돌 2개가 보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벽돌 2개가 너무 신경이 쓰여, 고참 스님에게 벽을 허물고 다시 쌓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당연히 반대에 부딪혔고, 그냥 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저자는 계속 이 벽돌 2개가 신경 쓰였다고 한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절을 둘러보다 우연히 그 벽을 보게 됐는데, 저자는 당시 매우 부끄러웠다 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신사의 말이었다. “이 벽은 매우 아름답군요.” 저자는 당혹스러워했고, 저기 벽돌 2개가 보이냐고 물었다. 그 신사는 1000개의 벽돌 중에 나머지 998개는 완벽하게 쌓여 있으니까요, 라고 대답했다. 이때에서야 저자는 다른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저자처럼 잘못된 것에 초점을 두는 교육을 받아와서 그 2개의 벽돌에 항상 마음이 예민해지고,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런데 시각을 바꾸면 우리가 그동안 잘 쌓아온 998개의 벽돌이 눈에 띌 것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사례는 책에 실린 108가지 이야기와 멋진 경험담의 극히 일부분의 내용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신비롭고, 깨달음을 전해주는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온라인 서점의 서평을 짧게 보고,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평은 대부분 아주 좋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책을 읽기로 했는데,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 중에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명상 시집 3권도 좋아한다. 이번 책을 읽고, 난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가장 훌륭한 책을 만난 기분이 든다. 하나 더 <선의 황금시대>란 책도 류시화 시인이 번역을 했으니, 좋은 책은 더 늘어난다.

 

이 책은 읽으며 대단히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읽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내게는 내 인생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힐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한 최고의 책과 우연히 지금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인데, 이 주제의 최고의 책으로 삼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책이다. 또한, 이 책은 내 마음을 대단히 편하게 해 주고, 나를 위로해 준 눈물 나는 책이다. 지금 마음이 아파 힘들거나,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 혹은 현재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인생이 불행하다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는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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