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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4. 2023

어느 가족

진짜보다 더 끈끈하고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을 봤다. 보고 나오는 나는 가슴 뛰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작년 이 맘 때 홍상수 감독의 ‘그 후’를 보고 가슴이 뛰었는데 1년만의 느낌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그리고 잊고 살아가는 세계를 이야기해 준다. 이 감독의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 편 밖에 보지 못했지만, 일관된 영상으로 일상의 담담함을 잘 담아낸다. 이 영화는 감독 필모그라피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말인가? 쉽게 말해 보자. 인간성이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나는 따뜻한 것이 인간다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들 따뜻함 속에서 태어난다. 아기가 태어나는 걸 상상해 보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세상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일인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그 따뜻함이 온기를 잃어간다. 


아기는 완전하게 태어나지만, 그래서 자신 속에 유일함을 내재하고 살아가지만, 언젠가부터 사회는 그 아이에게 ‘너는 그렇지 않다’며 부정을 가한다. 성장하며 청소년은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아이와 같이 행동할 것을 주문받으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되지 말 것을 요청받는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이제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붕어빵이 된 자신을 만나야 한다. 


또 하나 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건 무엇일까? 그건, 우리가 어려서 겪었던 경험들이다. 정신치료에 이런 말이 있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어렸을 적의 기억과 행동 그리고 그때 품었던 꿈이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현재의 빈약한 삶에서 풍요로운 인생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보면,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했다. 그때는 그게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은 창피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의식이 커진 아들은 어린 시절과 같은 마음이 아니다. 이것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거다. 그러나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건, 온전히 온기를 나누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버지와도 그렇게 허물없이 지냈는데, 어느덧 사회의 물을 먹은 아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한다. 예의를 차리고, 아버지와 단 둘이 있는 게 서먹하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가 함께 놀아주었다면, 이제 아들은 아버지의 친구가 되어드리지 못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들은 진짜 가족은 아니었지만, 진짜보다 더 따뜻함을 나누었다. 결국에는 발각되지만, 그 전까지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어느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끈끈하고, 날 것의 온정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가짜였지만, 그 속에서 그들이 보여준 애정은 온전한 모습 그대로였다. 각자 사연을 지니고 있어 마음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그들은 그 어떤 가족보다도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갔다. 


그렇다. 모든 훌륭한 작품은 인간의 고뇌와 번민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인간인 우리가 왜 현재 행복하지 않은 지를, 감독은 특유의 담담한 영상미로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다. 그는 보통의 감독처럼 설명하지 않고, 훌륭한 감독답게 모범을 보여주고 영감을 주었다. 그래,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각자 얻게 됐다. 


내가 관심이 있는 심리치료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현실이란 미명하에서 상처받아 차가워진 마음을 녹이는 과정이 그것이다. 상담을 받으며 그렇게 우리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고, 잊고 지내던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우리의 인간성을 되찾아주는 매우 신비한 마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꼭 이 영화를 보자. 그러면 감독은 우리 각자에게 열쇠를 하나씩 쥐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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