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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4. 2023

로마

다만,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삶을 받아들였다


2018년에 좋은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일본 감독의 올해 칸 영화제 대상 작품인 ‘어느 가족’이다. 그리고 오늘 본 영화 ‘로마’가 그렇다. 이 영화는 내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이 글에서는 그걸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로마’는 감독이 어려서 경험했던 삶을 풀어놓은 영화다. 감독은 자신의 삶이 아닌, 자신을 키워준 여성들을 영화 속에 그려 넣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다. 자세히는 멕시코의 로마 시티를 그린 거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느 로마 가정의 가정부인 멕시코 여성이다. 영화는 그녀의 삶을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이 영화를 보며 난 수없이 나를 대입해 보고,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랬느냐면, 영화에서 나의 어머니의 삶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도 어머니가 아가씨로 살았을 때인 1970년의 멕시코다. 그렇게 나는 그녀, 그러니까 나의 어머니의 삶을 엿보는 느낌을 가졌다. 주인공은 하층민에 속한 여자다. 그러나 특이할 건 없는 것이, 당시의 가난했던 멕시코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가정부로서 아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신의 삶에 묵묵히 맡은 바를 해나가는 그녀의 삶은 참 착해 보였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덜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던 사람들 그리고 그녀의 삶은 참 순수하고 맑아보였다. 나의 어머니의 삶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어렸을 적부터 성실해야했던 그녀의 삶 말이다. 영화 속 그녀처럼 어머니도 힘겨운 인생에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착했던 그녀는 모든 걸 그저 말없이 수용할 뿐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도 그렇고, 남자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가 자신을 홀로 남기고 배신하며 떠나갈 때에도 그녀는 인생을 한탄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삶을 정직하게 대하며 그 자리에 서서 삶을 받아들였다.

 

착하고 순수하다. 이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영상을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 만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주된 정서는 그러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맑았다. 그리고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먹먹하게도 만들었다. 그녀의 맑은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특히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면 더욱 마음이 착하고 순수해진다.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란 걸 다시금 느꼈다. 올해 본 <어느 가족>도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설레게 만들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작년에 본 독일 여성 감독이 만든 <토니 에드만>이란 영화다. 이 영화는 딸과 아버지의 화해를 독특하게 그린 영화였다. 작년에 내가 본 최고의 영화로 꼽는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 아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무지 좋아한다. 영화를 보면 나의 아버지에 대해 많이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본 <로마>는 한 여자의 삶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연히 이 영화를 보며 나의 어머니를 수없이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며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많이 떠올린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영화가 정말 좋다.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를 좀 하며 글을 마쳐야겠다. 결국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떠올리는 것도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중심은 나라는 말이다. 작품을 보며 내 삶이 연상되고, 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오늘 심리상담가 선생님과 상담을 마치자마자 이 영화를 봤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두 가지 갈등이 있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나와 되는대로 지르며 살려는 내가 공존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완벽주의가 있고, 강박적인 성향이라 하나를 꼭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갈등하는 그 자리에 나의 어머니의 삶이 느닷없이 들어왔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내 사연과 가슴을 건드리는 영화여서 나는 이 영화가 매우 좋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은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본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에겐 2018년이 저무는 지금, 올 해 최고의 영화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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