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이 유아적이다

by 김신웅

오늘 날씨가 좋아 경복궁을 구경하고, 광화문을 지날 때였다. 광고판에서 “나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이렇게 힘든데.”와 “엄마는 어떻게 나를 낳아 길렀을까?”라는 멘트가 나왔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현대 한국인은 유아적이다,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가 “자신의 부모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드물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원리를 따르면 세대가 내려갈수록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는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1980년대에 나를 낳았는데, 그때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현대로 접어들면서 이 과정이 벅찬 단계가 된 것이다. 대체 현대 한국 문명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방금 윌라 오디오북을 들었다. 소설가 김형경 선생님의 <소중한 경험>을 듣는지 알았는데, 이것을 북리뷰한 내용을 듣게 됐다. 여기에도 현대 한국인들의 유약한 모습이 나왔다. 너무 의존적이어서 지나치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니, 인생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직장의 상사에게도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이 많다는 것이다. “부장님이 저를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이런 식으로 의존적인 상태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의존을 뛰어넘어, 난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 홍성남 신부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깨달았다. 나의 초자아가 병들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둘째 아들이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였다. 이 탕자는 스스로 용서를 했기에 아버지 집으로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난 옛날에 일으킨 잘못이나 사건을 잘 잊지 못했다. 예전에는 더욱 자책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약간 심리적으로 병든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해 주려고 한다.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 오늘 보게 된 영상이 김창옥 선생님의 강연이었다. 이분이 아버지의 청각장애에 관한 강의를 잘하다가, 어느 순간 왈칵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아버지와 한 번도 대화를 못 나눠 본 한이 쌓여 있었다. 나 또한, 내 안에 한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심리적인 상처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어른의 모습이란 독립하고 자립한 것이다. 현대 한국인은 너무 부모와 유착되어 있다. 즉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서로 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부모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할 뿐 아니라, 자녀의 인생도 망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을까? 이것은 다양한 원인이 내재되어 있어,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 있고, 젊은이들이 얻어 나가야 할 집값은 너무 비싸다. 부모와 밀착되어 있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대학생이 된 다음에까지 부모가 자녀의 수강 신청에 관심을 쏟는단다. 몇 년 전에는 모교에 방문했을 때, 신입생 학부모를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법륜 스님도 20살이 넘으면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서로 성인인데 각자의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부모와 자식의 인생이다.


꼬일 대로 꼬였는데 정리하자. 현대의 많은 사람은 심리적 문제를 보인다. 신경증부터 시작해서 우울증 그리고 번아웃 증후군까지 앓고 있다. 어느 책에서 보니까 질병이 겉으로 나타난 것은 치유할 것이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니 이 증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스캇 펙 박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을 했다. 즉 병은 초기에는 치료가 쉽지만, 나중에 확연해지면 치료가 어렵다. 이 교훈을 현대 한국인은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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