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 | 그때, 그 책
우리가 사는 이 공간, '도시'에 대한 이야기.
오브젵 편집부가 직접 선정한 도시와 우리 동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도서는
강상중 現 도쿄대학교 명예교수가 저술한 <도쿄 산책자>입니다.
사계절 출판사(http://www.sakyejul.net)에서 발행한 책이며, 원제는 <도쿄 스트레인저> 입니다.
롯폰기, 마루노우치, 아자부다이 힐스까지.
이곳은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러 가는 곳'이다.
저자는 말했다.
긴자의 백화점에서, 롯본기의 미술관에서, 우리는 ‘산책’하는 동시에 ‘관람’하게 된다. 도시는 전시장이 되고, 나는 손님이 된다.
이곳은 타자화된 '산책자'를 위한 도시일 뿐,
삶이 숨 쉬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의 재생도 아직,
표면적인 자본 흐름에 이끌린 '일회성 관광'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의 이화동 벽화마을
전주의 자만벽 화마을,
통영의 동피랑까지.
이 도시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재생을 말하려 하고 있을까.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고 싶지 않다"
ㅡ어느 르포에서 읽은 마을 주민의 외침이, 문득 떠올랐다.
도쿄의 원도심.
야나카, 네즈, 센다기를 통틀어 '야네센'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다.
조금 수더분하고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걷고, 자유로이 숨 쉴 수 있는 거리라 더 좋다.
저자는 말했다.
"여분의 공간'은, 산책자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준다."
매일 뭔가로 빼곡한 이 회색 도시 속에서
‘텅 빈 틈’은 감각의 여백이자 상상의 자리를 제공한다.
그 여유 속에서 여행자는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그 지역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의 도시에는 아직,
누군가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틈새'가 필요하다.
그 땅이 누군가에겐 낭비처럼 보일지라도.
서울로7017과 남대문시장
그리고, 서울식물원과 마곡지구처럼,
이질적인 두 자리를 함께 엮는 시도야말로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이 도시가 품은 '틈새'가 될 것이다.
산책자가 편히 걸을 수 있는 도시는
사는 이조차 그 땅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도시를 화려한 시설로 가득 채운다고
좋은 재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애매하고 모호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이 도시의 과거와 기억이 스민 '느린 골목'이 더 많이 필요하다.
속, 결, 색.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 도시에 함께 살아갈 수 있으려면,
이제 우리의 도시 역시 그만큼 수용할 줄 아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도쿄 골목이 궁금했고,
여행서처럼 가볍게 읽을 에세이를 찾고 있었다면
이 책은 확실히 거리가 멀다.
평소 여행지에서, 또는 미디어에서 보던
도쿄라는 도시가 형성된 그 나이테를 되짚고 더 나아가 우리의 도시, 서울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그 무엇보다 제일 먼저, 이 책을.